‘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한일전에서 7년 전 에이스의 위력을 다시 뿜어냈다. 에이스의 귀환이다.
한국은 지난해 대회에서 일본에 1점 차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게 패인이었다.
연패 위기에서 한국은 베테랑 양용은에 SOS를 청했다. 양용은은 2004년 처음 열린 한일골프대항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양용은은 절친한 후배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와 짝을 이뤄 출전한 첫날 포섬 경기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일본의 카타야마 신고-이케다 유타(1오버파 73타)를 상대로 3타 차의 완승을 거뒀다.
카타야마 신고와 이케다 유타는 일본프로골프투어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다.
카타야마는 2008년 일본투어 상금왕 출신이고, 이케다는 2009년 상금랭킹 2위에 올랐던 실력파다. 성적으로 볼 때 일본의 필승카드였지만 한국팀의 찰떡 콤비 양용은-김경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양용은은 “1번홀에서 이케다의 티샷이 왼쪽으로 OB가 되면서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1번홀에서 벌어진 4타 차가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양용은은 한일전 출전을 위해 많은 손해를 감수했다.
일정상 14일부터 열리는 브리티시오픈 전까지 이번 주 열리는 미 PGA 투어 AT&T 내셔널과 2개의 유러피언투어에 나갈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포기했다. 이번 대회는 별도의 출전료나 상금이 없다. 시간과 경비, 상금을 합치면 최소 몇 억 원의 손해를 보고 한일전에 출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담도 있었다. 이번 대회는 양용은의 후원사인 KB금융그룹에서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양용은은 지난 4월 경기도 여주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 때 후원사 로고를 처음 달고 출전했지만 컷 탈락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양용은은 “이겨서 그런지 KB금융 밀리언야드컵 한일전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은 하루다”고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구겨졌던 체면도 살리고 후배들과 기분 좋은 승리까지 챙기면서 비로소 양용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