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운명의 날 D-2]남아공 ‘김연아 키즈’도 평창 위해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김연아를 만나러 왔습니다.”

푸른 눈에 갈색 머리의 자매가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리버사이드호텔 브리핑룸을 찾아왔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평창 대표단이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달려왔다고 했다. 이들은 타마라 제이컵스(18)와 첼시(9) 자매.

타마라 양은 평창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13세 때 한국을 방문해 10여 일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드림프로그램은 평창이 2004년부터 겨울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8년째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눈이 내리지 않는 아프리카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겨울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돕고 있다.

평창은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할 당시 드림프로그램을 제안한 뒤 매년 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장애 청소년까지 포함시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평창의 드림프로그램을 호평했다. 2월 평창에 대한 IOC 평가단의 현지 실사에 이어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테크니컬 브리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47개국 947명의 청소년이 드림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이 가운데 8개국 12명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타마라 양은 그중 한 명이었다. 남아공 피겨스케이팅 대표로 7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남아공을 대표해 빙판에 선 것을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타마라 양은 “TV에서 보던 김연아를 직접 만나 영광스럽다. 2018년 겨울올림픽이 꼭 평창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그때는 남아공 피겨 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니와 함께 찾은 첼시 양도 피겨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김연아는 나의 우상이다. 나도 피겨 여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평창 유치위가 준비한 털모자와 목도리를 타마라 양에게 선물했다. 더반에서도 ‘김연아 키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 평창 대표단 가운데 가장 먼저 더반에 도착했다. 6일 제123회 IOC 총회에서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두고 열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영어로 말할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 맞춤 연습을 하고 있다. 나승연 대변인과 올림픽 전문 컨설턴트 마이크 리, 찰스 테런스 씨가 지도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반에 도착하니 긴장이 더 된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프레젠테이션 지도를 잘해줘 자신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이어 “모두가 최선을 다한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평창 유치위는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치위는 2일 더반에 도착한 뒤 고위급 인사들의 활동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를 상대로 한 브리핑도 오전 한 차례만 했다. 하도봉 사무총장은 “겨울올림픽 유치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비공개 활동이 많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더반=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MB “지성이면 감천… 하늘을 움직이자” ▼

아프리카 3국 순방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숙소에서 강원 평창 2018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조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개최도시 선정 발표 때까지 더반에 머물며 유치 지원활동을 벌일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전략회의에서 “지성이면 감천이다. 하늘을 움직이자”며 막바지 노력을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하나하나 체크(확인)하면서 철저히 점검하자. 끝까지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전략회의에는 정부 관계자 이외에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IOC 총회가 열리는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1차 리허설(예행연습)을 했다. 이어 유치위 홍보대사인 배우 정준호, 빙상종목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와 최민경 씨(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을 격려했다. 6일 총회 때 투표권을 가진 110명의 IOC 위원을 상대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이 대통령은 그동안 비공개로 영어 발표 연습을 해 왔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서울을 출발해 17시간 비행하는 도중에도 목이 아플 정도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치 경쟁국인 독일과 프랑스 쪽으로 정보가 유출돼선 안 되는 만큼 이 대통령이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발표할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최종 발표시점까지 24시간을 뛸 것”이라며 “대통령의 일정은 유치위 내에서도 극소수만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비공개로 짜여졌다”고 덧붙였다.

더반=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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