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태극전사들은 강렬한 붉은 와인 빛깔 티셔츠를 입었다. 일본은 엷은 푸른색 유니폼이었다. 마치 축구 한일전과도 같은 분위기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짙은 안개와 천둥 번개로 경기가 1시간 넘게 중단돼 긴박감을 고조시켰다. 전날까지 승점 5-5로 팽팽히 맞선 상황. 지난해 홈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한국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했다. 일본 선수단 아오키 이사오 단장은 황성하 한국프로골프협회 전무에게 “한국 선수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며 경계했다.
3일 경남 김해시 정산CC에서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로 열린 한일 프로골프 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 최종 3라운드. 양쪽에서 10명의 선수가 일대일 맞대결을 펼친 끝에 한국은 6승 1무 3패(이기면 1점, 무승부는 0.5점)로 승점 6.5점을 보태 일본을 최종 11.5(10승 3무 7패)-8.5로 꺾었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제2회 한일전에서 1점 차로 패했던 한국은 후련한 설욕전을 펼치며 역대 전적 2승 1패로 앞섰다. 일등공신은 맏형 양용은이었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 3전승으로 승점 3점을 보탰다. 양용은은 1회 대회 때 연장전에서 버디를 낚아 한국에 우승을 안긴 데 이어 다시 일본 킬러가 됐다. 지난해 대회 때 불참했던 양용은은 “작년에 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웠던 마음이 풀렸다. 2년 연속 질 순 없었다. 후배들과 한마음이 된 덕분”이라며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서 양용은과 호흡을 맞춰가며 2승 1무를 기록한 김경태는 한일 양국 기자단 투표에서 27표 중 14표를 얻어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한국은 1번 주자로 나선 최호성과 박상현, 김도훈이 연이어 이겨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올 시즌 일본투어 상금 5위인 배상문이 이케다 유타를 9타 차로 완파해 승점 10점을 채운 뒤 김경태가 후지타 히로유키와 비겨 한국은 승점 10.5점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마지막 주자로 4타 차의 완승을 거둔 양용은은 후배들과 샴페인과 음료수를 뿌리며 자축했다. 1, 2라운드에서 부진했던 일본의 에이스 이시카와 료는 강경남을 2타 차로 꺾어 체면치레를 했다. 대회에 걸린 총상금 20만 달러는 3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일본 측에 전달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