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에서 두 거구가 피를 흘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3일 독일 프로축구단 함부르크 SV의 홈구장. 폭우 속에서도 4만5000여 명의 관중이 모여 블라디미르 클리치코(35·우크라이나)와 데이비드 헤이(31·영국)의 프로복싱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지켜봤다.
각각 키 195cm, 191cm인 두 거구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야외 링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결과는 키가 조금 더 큰 클리치코의 심판 전원 일치(117-109, 118-108, 116-110) 판정승.
이 경기 전에 WBO, IBF, IBO 헤비급 타이틀을 갖고 있던 클리치코는 헤이가 갖고 있던 WBA 타이틀까지 빼앗아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WBC 챔피언 벨트는 클리치코의 친형인 비탈리 클리치코(40)가 갖고 있다. 이로써 두 형제는 세계 주요 기구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모두 차지했다.
경기 전 헤이는 목이 잘린 클리치코 형제의 머리를 휘두르는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는 등 클리치코를 자극했다. 헤이는 “클리치코를 KO시킨 뒤 병원에서 그의 손을 잡고 위로해 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클리치코는 56승(49KO) 3패, 헤이는 25승(23KO) 2패를 기록했다.
경기 후 헤이는 “훈련하다 오른 엄지발가락이 부러졌다.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어 졌다”고 했다. 클리치코는 “변명이 구차하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던 헤이는 복싱계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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