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안·수싸움 능해…이대호도 못당해
타석수 많은 1번타자 보직 오히려 유리
대단한 커트능력…올시즌 타격왕 OK!
4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용규놀이’ ‘용규신공’ 등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IA 이용규(26·사진). 생애 첫 타격왕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는 1번 타자를 맡는 자신의 임무상 “타석이 너무 많고, 출루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 절대 불리하다. 결국에는 (이)대호 형이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타격왕 1순위로 꼽은 이대호조차도 “요즘 완전히 물이 올랐다. 저 정도 분위기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쟁상대가 아닌 제3자 입장에서 보는 ‘톱타자 이용규의 타격왕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두산의 간판이자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또다른 타자들인 김동주(35)와 김현수(23)에게 객관적인 전망을 묻자, “이용규라면 톱타자지만 충분히 타격왕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김동주는 5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용규는 올해 반짝 하는 선수가 아닌 그동안 꾸준히 잘 해왔던 친구”라며 “톱타자니까 오히려 타석수가 많다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타격감이 월등히 좋다면 자주 타석에 나갈수록 안타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선구안이나, 상대 투수와의 수싸움에서도 이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LG (이)병규 형은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반대로 나쁜 볼에 손을 댄다는 약점도 있다”고 본 김동주는 “대호의 경우 상대 투수의 많은 견제를 받는다는 점이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현수 역시 “톱타자라는 보직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내 느낌으로는 용규형에게는 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히려 많은 타석수가 이용규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김동주의 견해와 같았다.
타격왕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타석수와 내야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상대투수들에게 고의4구(또는 그와 비슷한 내용의 볼넷)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김현수는 “용규형은 타순상 고의4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적겠지만 내야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빠른 발을 갖고 있다. 반면 대호형은 내야안타를 사실상 만들기 힘들다”고 했다. 고의4구가 적은 약점을 상대적으로 내야안타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3년 타격왕인 김동주와 2008년 수위타자 김현수, 둘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이용규의 커트 능력. 둘은 “중심타자가 아니라 테이블세터인 1번을 맡고 있기 때문에, 많이 커트를 해낸다고 하더라도 투수 입장에선 계속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안타를 칠 수 있는 기회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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