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샛별 김해진(14·과천중)은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가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로 지목한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다. 실제로 김해진은 김연아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날렵하게 빠진 몸과 긴 팔다리, 높고 쉽게 뛰는 점프 등 김연아와 판박이다. 그가 최근 걸어가고 있는 길은 김연아가 밟아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7세에 피겨에 입문한 그는 12세 때 '트리플 5종(6개 점프 중 트리플 악셀 제외)' 점프를 완성했다. 김연아와 꼭 닮았다. 지난해 트리글로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 우승을 한 것도 김연아와 같다. 김연아도 2002년 이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로 나아갔다.
지난해 1월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해진은 국가대표 곽민정(18·군포 수리고)을 제치고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다. 초등학생이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2003년 김연아(당시 13세)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김해진의 행보에 국내 피겨계는 환호했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피겨 열풍이 불었지만 그 누구도 김연아를 넘어서거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갈증 속에서 김해진이 보여준 가능성은 단비와도 같았다.
김해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해 9월 훈련 중 다른 선수와 부딪혀 왼쪽 아킬레스건이 찢어졌다. 수술을 받고 한동안 빙판 위에 서지 못했다. 두 번 나가기로 했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는 한 차례밖에 뛰지 못했다. 올해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도 했지만 김해진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다 나았다. 열심히 할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완벽하게 부활한 김해진의 목표는 주니어 그랑프리와 내년 유스 올림픽 출전이다. 김연아의 후계자로 지목받는 만큼 올림픽에 대한 갈망도 컸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뛰는 모습을 보았다는 김해진은 "연아 언니의 연기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무대에서 내가 가진 실력을 다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해진은 2018년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게 되자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컨디션도 좋을 것 같고 국민들의 응원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며 웃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죠. 연아 언니가 이뤄놓은 피겨의 관심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까지 제가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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