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길어 기쁨은 더 크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평창은 마음껏 기뻐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환호는 7년 뒤에 해야 한다. 올림픽을 개최한 뒤 후유증을 앓고 있는 외국 사례들이 반면교사다. 흥분과 감격을 가라앉히고 하루빨리 냉철해져야 하는 이유다. ‘준비된 평창’을 내세워 압도적인 지지로 유치권을 따냈지만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산더미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남은 7년 동안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7회에 걸쳐 짚어 본다. ①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 장부상의 흑자, 적자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 각종 시설은 대회 이후 활용 계획까지 면밀히 검토해 지어야 한다. 신규 투자비용과 폐막 후 발생할 유지·관리비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비록 프레젠테이션에서 세계를 상대로 약속했더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한다면 계획은 수정할 수 있다. 대회 규모에 집착하는 것도 금물이다. ② 환경훼손 없는 시설 준비
대회는 3주 내에 끝나지만 개발로 훼손된 자연은 두고두고 재앙이 된다. 평창 가리왕산에 지을 예정인 스키 코스를 놓고 이미 환경단체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다. 가리왕산의 일부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평창뿐 아니라 이전에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대부분의 도시는 환경 문제에 직면했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에 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③ 아시아 겨울스포츠 허브로 자리매김
아시아는 겨울스포츠의 불모지다. 이전까지 아시아에서 겨울올림픽을 치른 나라는 일본뿐이었다. 그러기에 평창이 약속한 새로운 지평을 열 기회이기도 하다. 대회 개최로만 그칠 게 아니라 강원도가 아시아 겨울스포츠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진행해온 ‘드림 프로그램’도 격을 높여야 한다. ④ 취약종목 ‘들러리’ 안된다
평창이 과거 두 번이나 눈물을 쏟았던 데는 겨울스포츠 약소국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지난해 밴쿠버 대회에서 종합 5위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겨울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하키나 설상 종목 등에서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었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개최국 자동 출전권도 없어진 상태다. 안방에서 잔치를 열고도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취약 종목을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⑤ 효자종목 ‘텃밭’ 사수를
밴쿠버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밴쿠버 금메달리스트들이 올 초 아시아경기에서 부진했던 것은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올림픽 최강국인 중국이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여 겨울 종목들을 육성하고 있어 7년 뒤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7년 뒤를 대비해야 한다. ⑥ 정파 초월한 정책적 지원
올림픽은 국가적인 축제라고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얘기다.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뀐 뒤 어렵게 따낸 올림픽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특별법 등을 제정해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열정과 진심을 갖고 실천할 사람이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국가적인 지원과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⑦ 평창 넘어 한국을 알리자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유치위원회가 내세운 것처럼 한국의 유산으로 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그들을 서울로, 경주로, 제주로 끌어낸다면 2주 남짓한 대회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