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가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식 골키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골키퍼 4명 중 3명이 검찰에 불려갔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 혐의가 있는 선수는 일단 경기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상주 골키퍼 중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는 선수는 권순태가 유일하다. 그러나 권순태는 2일 대구전에서 경고 2회로 퇴장당했기에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에 따라 상주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 서울과의 방문 경기에 당장 내보낼 정식 골키퍼가 없다.
상주는 고육책으로 현역 병사 중 골키퍼 경험이 있는 선수를 찾았다. 수원에서 2008년까지 뛰었던 권기보가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 중인 것을 파악했으나 해당 부대와 협의가 원만치 않아 그를 급하게 데려다 쓰는 것도 어려운 상황. 최근 일어난 해병대 총기 사건으로 비상이 걸려 병사들이 다른 부대로 쉽게 옮겨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상주는 할 수 없이 미드필더 중에서 골키퍼를 세우기로 하고 곽철호 이윤의 김범준 등에게 급한 대로 골키퍼 훈련을 시켰다. 이들 중 누군가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길 예정이다. 어찌됐든 정식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가 선발 골키퍼로 나서는 것은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북 현대도 주전 골키퍼가 승부조작 혐의로 불려가는 바람에 다른 선수를 내세워야 하지만 불려간 선수만큼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지 고민이다. 광주 FC도 주전 골키퍼가 구속된 상태.
이처럼 각 팀이 갑자기 골키퍼 기근에 시달리게 된 것은 승부조작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골키퍼들에게 브로커들의 로비가 집중됐고 이들 중 일부가 실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골키퍼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대거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K리그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당초 알려진 대로 컵대회에서 승부조작이 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정규리그인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팬 서비스 부족과 낮은 경기력 등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왔던 K리그는 신인도에 있어서도 치명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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