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6일 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울었다. 그것도 다 큰 어른들이 눈물을 보였다.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낸 대표단이 그랬다.
김진선 평창 유치 특임대사는 울보였다. 그는 강원도지사 시절, 두 번의 겨울올림픽 도전에 실패한 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더반에선 프레젠테이션에서 세 번째 도전을 이야기하다 한 번, 평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에 또 한 번 울었다. 비록 “눈물이 헤프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그의 눈물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표심을 끌어왔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건희 IOC 위원도 평창의 삼수가 성공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순간은 IOC 위원도, 대기업의 총수도 아닌 자연인 이건희의 모습이었다.
반면 기자는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가슴은 뭉클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평창 응원단과 함께 기분 좋게 “대∼한민국!”을 외친 게 전부였다.
더반을 종횡무진 누볐던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 유치가 확정됐을 때 활짝 웃었다. 대표단 숙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왜 한국 사람은 슬퍼도 울고, 기뻐도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지난해 한 TV 토크쇼에서 운 적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 감정이 복받친 거였다.
남자의 눈물 하면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가 떠오른다. 가난한 아들은 갈 곳 없는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려야 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데리고 설렁탕집에 갔다. 아들에게 국물을 좀 더 먹이고 싶어 “소금을 많이 넣었다”고 거짓말을 해 국물을 더 받았다. 아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아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척 물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눈물은 왜 짠가’라고.
눈물은 카타르시스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삶의 위로가 되는 그 무언가로 인해 분출되는 산물이다. 평창 대표단의 눈물이 아름답게 보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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