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클럽하우스의 이색 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갈비… 비빔밥… 한식 원더풀”

8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 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한국의비밀스러운 맛을 발견하자’는 테마의 한식 파티. 파티에 참석한 US여자오픈 출전 선수와 가족, 캐디 등 200여 명이 갈비와 불고기 등을 즐기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골프코리아 제공
8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 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한국의비밀스러운 맛을 발견하자’는 테마의 한식 파티. 파티에 참석한 US여자오픈 출전 선수와 가족, 캐디 등 200여 명이 갈비와 불고기 등을 즐기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골프코리아 제공
“딜리셔스(delicious·영어), 오이시(おいしい·일본어), 하오츠(好吃·중국어).”

언어는 달라도 한결같이 “맛있다”며 감탄하는 그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시즌 세 번째 여자 메이저 골프대회 US여자오픈 1라운드가 열린 8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 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 대연회장. 출전 선수와 가족, 캐디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의 비밀스러운 맛을 발견하자’는 테마의 한식 파티가 열렸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 로스앤젤레스지사가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할 목적으로 두 달 전부터 US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와 긴밀하게 접촉한 끝에 성사됐다.

미국의 골프 대회에서 선수 제공 식사에 한식이 메인 메뉴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비와 불고기, 비빔밥, 잡채, 고기전, 생선전,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나물 등 준비된 250인분의 음식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만큼 인기가 높았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후식으로 나온 한국산 배의 달콤함에 엄지를 세우더니 아예 경기 도중에도 먹겠다며 한 움큼 싸 갔다. 한 외국인 선수는 “오늘 하루뿐 아니라 매일 먹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인삼공사는 기념품으로 홍삼과 인삼차 세트를 나눠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으로 1승을 거둔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는 “러시아산 인삼을 먹고 있는데 한국산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에는 코리아 군단이 40명 넘게 출전했다. 이들에게도 흐뭇한 행사였다.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상금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미약했던 사회봉사나 기부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비록 일회성이기는 해도 먹을거리를 통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며 뭔가를 베푸는 계기가 됐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인비는 “미국에서 가장 큰 대회에 한식이 나와 아주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대회 출전 외국 선수 중에는 국내 기업인 미래에셋과 볼빅 등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LPGA투어에도 어느새 한류가 스며드는 듯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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