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SK 감독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KIA 감독은 7일 현재 499승을 기록 중이었다. 기분 좋은 승리도, 아슬아슬한 승리도 있었다. 질 뻔한 경기를 뒤집기도 했다. 하지만 8일 잠실 LG전과 같이 절묘하게 하늘이 도운 경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 듯하다.
‘조갈량’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 감독은 이날 신들린 듯한 대타 작전 성공에 비의 도움까지 받아 기분 좋은 500승째를 거뒀다. 전날까지 선두였던 삼성이 두산에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팀이 1위에 올라 기쁨은 두 배였다. KIA의 선두 등극은 2009년 9월 25일 이후 651일 만이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시작된 경기는 KIA 윤석민과 LG 심수창 등 양 팀 선발 투수들이 호투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5회까지 양 팀은 득점을 못했다.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 가운데 펼쳐진 KIA의 6회 초 공격. 1사 후 안치홍의 볼넷과 이범호의 우전 안타로 맞은 1사 1, 2루 찬스에서 조 감독은 지명타자 나지완을 빼고 이종범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종범은 2스트라이크 1볼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빠지는 적시타를 쳐내 귀중한 선취점을 뽑아냈다.
빗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윤석민은 6회 말 LG의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KIA의 7회 초 공격 2사 후엔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김병주 구심은 오후 8시 25분 경기를 중단시킨 채 상황을 지켜봤지만 한 번 굵어진 빗발은 그칠 줄을 몰랐다. 김 구심은 결국 오후 9시 정각에 강우 콜드 게임을 선언했다. 스코어는 그대로 1-0이었다. 6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윤석민은 10승을 수확하며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5연승으로 감독 통산 500승 고지에 오른 조 감독은 경기 후 “500승? 전혀 몰랐다. 알고 나니 더 기쁘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 KIA가 11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팀을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반면 심수창은 6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2009년 6월 26일 이후 무려 15연패다. SK는 문학에서 롯데를 10-2로 대파하고 최근 7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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