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어요.”
유소연(21·한화)이 미LPGA투어 메이저퀸으로 등극했다.
유소연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천47야드)에서 열린 시즌 세 번재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서희경과(25·하이트)의 연장 접전끝에 짜릿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보는 듯했다. 미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전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소연과 서희경은 KLPGA투에서 상금왕을 다투던 라이벌 관계다. 2009년에는 서희경이 5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고, 유소연 3승으로 그 뒤를 이었다.
KLPGA투어 최고의 라이벌이 세계의 라이벌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 유소연 극적인 연장 합류
기상 악화로 대회가 순연되면서 유소연은 11일 4라운드 잔여 3개홀을 플레이했다.
서희경은 전날 먼저 단독 1위(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은 3개홀을 남기고 2언더파를 기록중이었다. 하지만 하루 한 타를 줄이기도 힘들만큼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한 US여자오픈이어서 유소연의 연장 합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유소연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18번 홀(파4)에서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두 선수는 지난 2009년 오리엔트차이나오픈에서 딱 한 번 연장 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끝에 유소연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바 있다.
● 연장 두 번째 홀인 17번홀(파5)이 승부처
US여자오픈은 연장전은 16, 17, 18번홀을 플레이한 뒤 더 낮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세 개홀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18번홀에서 서든데스를 치른다.
두 선수는 연장 첫 홀인 16번홀(파3)에서 나란히 파세이브를 기록했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지만 연장 두 번째 홀인 17번홀(파5)에서 명암이 갈렸다.
서희경의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에 빠지면서 결국 보기를 기록했고, 유소연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3m짜리 버디 퍼트를 과감한 스트로크로 그대로 홀에 넣으며 2타차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연장 세 번째 홀인 18번홀(파4)에서도 서희경은 파세이브에 그쳤고, 유소연은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로써 유소연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선수로는 역대 5번째(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우승자로 기록됐다.
역대 미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 승부를 펼친 것은 이번이 7번째고, 한국선수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것은 26번째다.
이날 후배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박세리는 “18년전에 우승했을 때 21살이었다. 5번째 US여자오픈 우승자가 탄생하는 것을 직접 보니 너무나 감격스럽고,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트위터@serenowon)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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