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7번홀” 눈물 쏟은 서희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4R 쉬운 파퍼트 실수… 연장에선 벙커에 빠져

자꾸 눈물이… 시상식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친 서희경(왼쪽)과 말없이 화장지를 건네준 전담 코치 스티브 맥레이. JNA 제공
자꾸 눈물이… 시상식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친 서희경(왼쪽)과 말없이 화장지를 건네준 전담 코치 스티브 맥레이. JNA 제공
서희경의 눈물을 두 번째 지켜봤다. 처음은 2009년 12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2010시즌 국내 투어 개막전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 취재를 갔을 때였다. 2타 차 선두였던 서희경은 추격을 허용하더니 3차 연장전 끝에 패했다. 그는 “연장전은 처음이라 경험이 부족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우승컵은 유소연에게 돌아갔다.

묘하게도 US여자오픈에서도 서희경은 유소연과 3개홀 연장전을 펼쳐 패했다. 서희경은 18번홀 주변에서 시상식을 기다리며 훌쩍거렸다. 곁에 있던 전담 코치 스티브 맥레이는 말없이 화장지를 건넸다.

4라운드와 연장전에서 603야드로 세팅된 17번홀(파5)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2타 차 선두였던 전날 그는 ‘OK’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며 유소연에게 1타 차로 쫓겨 동 타의 빌미를 제공했다. 연장전에서도 드라이버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벙커에 빠졌다. “벙커 턱 바로 아래에 공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레이업할 수밖에 없었어요. 거리 부담이 만만치 않아 세 번째 샷도 뜻대로 안됐고요.”

그래도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난 서희경은 트레이드마크인 밝은 표정을 되찾아 “소연이의 샷 감각이 정말 뛰어났다.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 뛰어든 서희경은 “요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유창한 영어 실력에 미모를 갖춘 그에게 미국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비록 우승의 꿈은 날렸어도 서희경은 2위에 오르며 올 시즌 9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11만 달러)의 3배가 넘는 35만 달러를 챙겼다. 메이저 대회는 신인 포인트를 2배로 부여하기에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인상 부문에서도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게 됐다. 준우승의 허탈함보다는 앞날을 향한 서희경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우승 도우미 지은희-유선영▼
16번홀 티샷 앞두고 강풍 불자 “미스샷 위험” 두언니 시간 끌어 경기중단돼 다음날 편안히 티샷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4, 5시간 함께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궁합이 안 맞는 파트너를 만나면 골프가 고역이 되는 건 주말 골퍼나 프로 선수나 마찬가지다.

유소연은 우승 후 “같이 돈 언니들에게 한턱 내야겠다”고 고마워했다. 3, 4라운드에 25세 동갑내기인 지은희(사진), 유선영과 같은 조로 돌면서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소연과 지은희는 호주 대표팀 지도자 출신인 이언 트리그스 코치 밑에서 동문수학하고 있다. 유선영은 대원외고 선배. 지은희는 2009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출신이며 유선영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언니들은 우승 기회를 잡은 후배를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11일 4라운드 도중 이들은 16번홀 티샷을 앞두고 있었다. 해가 져 경기 중단을 앞둔 상황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자칫 미스샷 가능성마저 있었다. 유소연은 “언니들이 조금만 기다려 보자며 시간을 끌어줬다. 차라리 내일 오전 티샷이 나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며 고마워했다. 지은희는 “2년 전 내가 우승했을 때처럼 찡했다. 소연이의 쇼트 게임이 워낙 좋았다”며 축하를 보냈다. 희한하게 유소연과 연장 대결을 벌인 서희경도 지은희, 유선영과 1986년생 동갑이다.

콜로라도스프링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