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불펜괴물’ 류현진 몸만 풀어도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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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KIA 3연전 중간계투…후반기 선발 출격

한화 류현진(24)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누군가 마지막 장면만 봤다면 ‘류현진이 또 완투를 했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한화가 5-0으로 앞선 17일 문학 SK전 9회말 2사 2루.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좌완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물려받았고, 마지막 타자 박재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이 정규 시즌에서 5회 이후에 등판한 것은 2006년 10월 2일 잠실 두산전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처음. 그는 당시 3이닝 1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후 유일한 세이브를 따냈다.

류현진이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화제 만발

깜짝 불펜 등판은 아니었다. 류현진이 몸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잠시 중간 계투로 나선다는 사실은 이미 며칠 전부터 예고됐다. 하지만 이 날의 아웃카운트 하나가 큰 화제를 낳은 이유는 류현진이 데뷔 직후부터 붙박이 에이스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07년 이후 딱 한 번 구원 등판한 기록이 있는데, 바로 한화 송진우 코치의 은퇴 경기였던 2009년 9월 23일 대전 LG전이다. 송 코치가 1회 한 타자만 상대한 후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아 8.1이닝을 던졌으니 사실상의 선발 등판. 그만큼 경기를 여는 데만 익숙한 류현진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왼쪽 등과 팔꿈치에 경미한 탈이 나면서 괴물에게도 휴식이 필요해졌고, 결국 본격적인 복귀에 앞서 몇 차례 짧은 시험 등판을 거치기로 했다. 취재진 앞에서 “홀드왕 할 거예요”라며 웃는 여유는 과연 류현진다웠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택한 시점은 5점을 앞선 9회 2사 후였다. 한 감독은 이에 대해 “이기든 지든 이날은 무조건 내보내 경기 감각을 체크해 보려던 참이었다”고 설명했다. 상대팀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경기 중에 위기가 왔다면 당연히 현진이를 올렸을 것”이라고도 했다. 류현진은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섰고, 베테랑 박재홍을 삼진으로 솎아 내면서 하루 전에 빼앗겼던 탈삼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KIA 윤석민과 109개로 공동 1위.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경기당 투구수 30개로…후반기 에이스로 재출격

물론 한시적인 변화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다시 에이스로 돌아온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19∼21일 대전 KIA전이 ‘구원 투수 류현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후반기에는 분명히 선발진의 중심축을 담당해야 할 투수다. 어차피 남은 세 경기는 다른 팀도 총력전을 펼칠 테니 우리도 이 때만 에이스를 대기시키는 것”이라면서 “현진이에 대해서는 매일 감독님과 상의하고 있다. 선수의 몸 상태나 팀 상황에 맞춰 적절한 투입 시기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팔을 아끼면서 동시에 불펜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한화로서는 남은 세 경기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류현진이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팀을 긴장시키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한 감독은 “좌완 류현진과 우완 바티스타를 동시에 대기시켜서 상대팀을 헷갈리게 할까”라고 농담한 뒤 “우리가 앞서고 있을 때나 승부가 팽팽할 때 류현진을 내보낼 생각이다. 경기당 1∼2이닝 정도에 투구수는 30개 안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화가 잡은 최고의 ‘조커’ 류현진

한 때 가장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분류됐던 한화. 하지만 지금은 팀 전체가 끝까지 4강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후반기에 4강권 진입을 향한 박차를 가하되, 전반기 남은 세 경기 역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 감독도 “눈앞의 한 경기, 한 경기에 온 힘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호재까지 생겼다. 에이스의 뜻하지 않은 쉼표가 이제 팀내 최고 투수를 불펜으로 한시 활용할 수 있는 ‘조커’로 탈바꿈한 것이다. 게다가 한화가 쥐고 있는 그 카드는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 데뷔 이후 줄곧 한화의 기둥 역할을 해온 선수다. 류현진 역시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 코치는 “현진이에게 감독님의 의중을 전달했을 때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에이스가 불펜 대기까지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힘과 자극을 주는 선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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