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했다. 금빛 전망과 희망찬 미래를 얘기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정작 2018년 평창을 빛내야 할 꿈나무들의 상황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스노보드 꿈나무 정해림(15·군포 수리고) 유림(12·양평 단월중) 자매를 9년째 뒷바라지하고 있는 아버지 정성엽 씨(41)의 인터뷰를 재구성해 비인기 겨울스포츠의 현실을 짚어봤다.
“처음에는 취미로 가르쳤죠. 둘 다 곧잘 타고 1등도 많이 하다 보니 공부보다 운동이 더 나은 것 같아 본격적으로 시켰어요. 물론 애들도 좋아했죠. 해림이가 9년째, 유림이가 7년째 스노보드를 타고 있습니다. 큰딸의 종목은 스노보드 알파인 부문, 작은딸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입니다.
해림이와 유림이의 성적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해림이는 여자 최연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4개 부문에서 국내 1위입니다. 세계 랭킹도 38위로 6계단만 올라가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요. 작은딸 유림이 자랑도 빼놓을 수 없죠. 4년 연속 국가대표 꿈나무로 뽑혔습니다.
두 딸의 좋은 성적과 달리 큰 걱정거리가 있어요. 비인기 종목이기에 지원이 취약하다 보니 비용을 마련하는 데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해림이는 지원을 해주는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대표팀 엔트리 자체에 여자가 없습니다. 상비군은 지원이 거의 없어요. 지난해 해림이는 12번 국제대회에 나갔습니다. 모두 제 주머니에서 비용이 나갔죠. 한 번 나가면 500만 원 이상이 들어 3, 4개 대회를 묶어서 나갑니다. 세계 랭킹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매년 국제대회에 나가야 합니다.
장비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1년에 1500만 원 정도 들죠. 유림이는 지난해부터 국내 회사에서 장비를 스폰서해 주지만 스노보드에서도 비인기인 알파인을 하고 있는 해림이는 스폰서도 없습니다. 코치 비용도 1년에 3000만 원이나 들어요. 제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5년간 해외 서적과 논문을 보고, 강사 자격증까지 따서 해림이를 직접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하던 사업은 아내가 대신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상비군은 5주간 체력 훈련을 시켜주고 꿈나무에겐 1년에 30만 원의 지원금을 줍니다. 1년에 한 아이에게 몇천만 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새 발의 피입니다. 집도 팔고 사채까지 끌어 쓰다 보니 빚만도 몇 억이네요.
저와 비슷하게 뒷바라지하던 부모들도 중간에 돈이 많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처음 해림이가 시작할 때만 해도 또래 70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노보드 선수는 다 합해도 20명이 채 안 됩니다. 7년 뒤에는 몇 명이 남을지 장담하기 힘들어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요? 그때까지 아이들을 밀어줄 수 있다면 좋지만 모르겠어요. 우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목숨을 걸어야죠. 여기서 잘해야 4년 더 밀어줄 수 있잖아요. 그래도 2018년에 아이들이 뛸 수 있다면 부모로서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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