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 삼성전기 감독(오른쪽)과 국내 초등생 최강 김원호 군. 화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배드민턴 라켓은 어려서부터 장난감이었다. 네 살 때 셔틀콕을 치기 시작한 그의 스냅과 스텝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아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게 될 것 같다는 엄마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길영아 감독(40)과 아들 김원호(12·수원 태장초교 6학년) 얘기다.
길 감독은 19일 이용대 올림픽 제패 기념 화순 빅터 전국학교대항선수권이 열린 전남 화순을 찾았다. 모처럼 짬을 내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2학년 때 배드민턴 선수가 된 김원호는 국내 초등학교 최강으로 불린다.
올해 여름철 대회 3관왕, 인도네시아 13세 이하 국제대회 우승 등 30경기 이상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진 적 없이 모두 우승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길영아 감독과 한국전력에서 배구 선수로 뛴 아버지 김상훈 씨(184cm)의 영향으로 타고난 운동 감각과 스피드를 갖췄다. 지고는 못 견디는 승부 근성도 강하다.
길 감독은 “운동선수의 삶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반대했는데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엄마의 그늘에 가릴까봐 걱정했고 주위에서 길영아 아들이니까 기회가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 속도 상했는데 스스로 잘해줘 대견스럽다”고 칭찬했다.
김원호는 엄마의 선수 시절 모습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자주 본다. 그는 “엄마의 네트 플레이는 정말 대단했다.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말했다. 길영아 감독은 “팀을 맡고 있어 변변히 뒷바라지도 못해줬다. 가끔 잘 먹이는 것 말고는 해준 게 없다”고 미안해했다.
두 살 터울 여동생도 배드민턴 선수인 김원호는 “엄마나 엄마 팀에서 뛰는 이용대 형처럼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체력과 힘을 길러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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