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반드시 유치합시다’… 李대통령 2년전부터 전력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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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 김진선 특임대사의 유치 뒷얘기

김진선 특임대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평창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유치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진선 특임대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평창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유치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는 제 개인적인 꿈과 강원도민의 소망으로 시작돼 이제는 전 대한민국 국민의 꿈이 됐습니다….”

6일 오후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컨벤션센터. 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대표단 최종 프레젠테이션 도중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잠시 후 그는 IOC 위원들을 향해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세 번째로 서 있는 것은 제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진선 평창 유치 특임대사(65)는 이날 IOC 위원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진심은 나승연 대변인의 유창한 외국어와 피겨여왕 김연아의 상큼한 외모만큼이나 빛났다. 그리고 평창은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강원도지사 시절인 2010년과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해 서럽게 울었던 김 대사는 이날 세 번째 도전에서는 승리의 기쁨에 감격해 울었다.

감동의 순간 이후 2주가 흘렀다. 20일 평창 유치위 사무실에서 김 대사를 만났다. 그는 “전 국민이 이렇게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관심이 높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평창의 승리는 우리 사회에 신명을 불어넣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사는 평창의 승리는 모든 구성원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 조양호 유치위원장, 이건희 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각 경기단체, 대표단 전 직원의 노력이 쌓인 결실이라는 거였다.

김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2년 전부터 ‘필승 평창’을 지시한 비화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김 대사에게 “2018년 겨울올림픽은 국가 위상을 세우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유치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를 도와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틈틈이 각국 IOC 위원을 만나 인연을 쌓았다. 더반에 가서도 IOC 위원에게 편지를 보내고 전화로 메시지를 남겼다. 김 대사는 “국가원수의 정성은 표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회상했다.

김 대사는 평창이 두 번 실패한 게 약이 됐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회사후소(繪事後素·그림은 우선 바탕을 손질한 뒤 채색한다는 의미)를 예로 들었다. 2010년 올림픽 유치전을 벌일 당시 설계도면밖에 없던 평창에 리조트와 경기장을 세워 IOC 위원의 마음을 얻었다는 거다.

자신의 운명과 같다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이룬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김 대사는 “특임대사 역할도 거의 끝났고 이제는 자유인이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재단법인 예술문화생태세상 대표로서, 모교인 동국대 교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조직위원장에 대한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성공적인 겨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정부와 국회, 강원도, 민간단체의 협력을 이끄는 조직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에 자원봉사라도 하겠다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평창을 향하고 있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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