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 야구도시 부산서 롯데 사령탑 9개월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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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극성 팬들 질타에 처음엔 맘고생 이젠 복받은 감독이라 생각해요”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10월 롯데 사령탑에 선임된 양승호 감독(51·사진)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다. 부산역에서 사직야구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운전사에게 물었다. “새로 온 롯데 감독 어떤 것 같아요?” 기사는 “어떻고 말고 간에 눈지(누구인지) 알아야 뭔 말을 하지예(하죠)”라고 했다. 잘나가고 유명한 감독들 많은데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 와서 못마땅하다는 투였다. 양 감독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겠구나 싶었다. 9개월이 지나 전반기 마지막 날인 21일 양 감독을 다시 만났다. 야구 도시로 불리는 부산 연고 팀 지휘봉을 잡은 그가 개막 후 보낸 4개월이 궁금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부산 사람들 야구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직접 겪고 보니 장난이 아니었어요. 이거 까딱 잘못하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싶더라고요.”

시즌 초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을 때 그는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직구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한 운전사에게 일장 연설을 들은 적도 있다.

“감독이 결단력이 없고 용병술도 문제가 있다고 한참을 얘기하시더라고요. 허허.” 듣기만 하던 그는 내릴 때 “제가 롯데 감독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운전사도 운전석에서 내려 “그게 아니라 그냥 롯데에 대한 애정 때문에”라고 얼버무렸단다.

열혈 부산팬은 그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에 게시판에 마구 쏟아냈다. “내가 그때 왜 그 글들을 일일이 다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허허.” 그는 “한 달 전부터 게시판 댓글은 안 본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프로야구 감독이면 유명인인데 공인이 그 정도는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며 따끔하게 충고를 하기도 했단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SK 홈페이지도 들어가 봤어요.” 그는 시즌 초반 SK가 한창 잘나갈 때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한테 팬들이 뭐라고 하나 궁금해 게시판을 들여다봤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거기도 욕하는 글이 있더라고요. 감독은 어차피 욕먹는 자리 같습니다.”

그는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세 시즌을 뛴 가르시아를 취임 후 내보냈다. 가르시아 정도의 타자는 롯데에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가르시아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돌아와 홈런을 팡팡 쳐대고 있다. 속이 쓰리지 않을까. “이미 떠난 버스예요. 그런 거 다 생각하다간 트레이드고 뭐고 아무것도 못해요. 결정도 책임도 모두 감독 몫이죠.”

“지난해 인터뷰 때는 목표가 우승이라고 했는데…”라며 성적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죠. 지금은 4강이에요. 붙어 보니 아니구나 싶으면 목표를 바꿔야죠. 지금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허허.”

롯데의 전반기 성적은 38승 3무 41패로 5위. 4위 LG와는 1.5경기밖에 승차가 나지 않는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의 지난해 전반기 성적인 42승 3무 45패(4위)와 비슷하다.

자리를 정리하면서 “별난 팬들 만나서 마음고생 좀 했겠네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세상 어디 가서 이런 팬들이 응원하는 팀 감독을 해보겠어요. 복받은 거죠”라며 “후반기에는 팬들이 통닭을 사 들고 귀가하는 날이 더 많아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가 이기면 부산팬들은 통닭을 많이 먹는다. 통닭 소비량을 늘리겠다는 게 양 감독의 후반기 출사표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생년월일: 1960년 1월 10일
△출신교: 신일고, 고려대
△프로 선수 및 지도자 경력: 1983∼85년 해태, 86∼87년 OB, 88∼89년 신일중 감독, 90년 신일고 감독, 91∼94년 OB 프런트, 1995∼2005년 OB, 두산 코치, 2006년 LG 코치, 감독대행, 2007∼2010년 고려대 감독, 2011년 롯데 감독
△가족: 부인 조미희 씨(49)와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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