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박태환이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남자 400m에서 우승하자 지난해 초까지 대표팀 감독이었던 스승 노민상 중원대 교수는 혀를 내둘렀다. 노 교수는 “1번 레인에서 우승하려면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박태환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했다. 정말 장하다”고 극찬했다.
○ 작전 실패를 괴력의 스퍼트로 만회
3분26초74로 6조 3위, 전체 7위로 결선에 오른 것은 사실 작전 실패였다. 박태환은 당초 2, 3번 레인이나 6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하고 싶어 예선을 다소 느긋하게 한 측면이 있다. 자신(183cm)보다 15cm나 큰 데다 상승세에 있는 쑨양(198cm·중국)과 바로 옆에서 맞대결을 펼치면 위축될 수 있어 4레인과 5레인을 피하고 싶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박태환은 예선에서 전체 5위(3분55초80)로 2번 레인을 배정받았고 결선에서 3분41초53을 기록해 4번 레인의 쑨양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번엔 계산 착오가 일어난 것이다. 박태환은 노 교수가 얘기한 것처럼 1번 레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계속 치고 나가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0.67초로 가장 빠른 출발 반응시간(출발 총성이 울린 뒤 선수가 출발하기까지의 시간)을 보인 뒤 무섭게 치고 나갔다. 50m(25초72)와 100m(53초73), 150m(1분22초24)까지 1위를 질주했다. 200m에서 야니크 아녤(프랑스)에게 선두를 내준 뒤 250m에서 4위로까지 처졌지만 2분19초68로 아녤(2분19초46)과는 불과 0.22초 차였고 라이벌인 쑨양(2분19초98)보다는 0.3초 빨랐다. 박태환은 다시 스퍼트해 300m(2분47초79)에서 1위를 되찾았고 특유의 무서운 스퍼트를 이어가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쑨양이 뒤늦게 추격했지만 박태환의 괴력 레이스를 뒤엎을 순 없었다. 노 교수는 “박태환이 당초 예상한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면 세계기록(3분40초07)도 경신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낸 결과
박태환의 성과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박태환은 2009년까지 자유형 1500m와 400m, 200m를 병행했다. 자유형 200m는 무산소 능력(스피드)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서 유산소 능력(지구력)을 보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반면 1500m는 지구력 훈련에 초점을 두면서 스피드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육상에서 400m와 1만 m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형 400m는 그 중간 정도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00m나 1500m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환은 지난해 초 호주 대표팀 마이클 볼 코치를 만나며 1500m를 포기하고 400m에 집중했다. 박태환이 훈련량이 더 많은 1500m를 꺼린다는 것을 안 볼 코치는 400m를 선택했다. 볼 코치는 그 대신 100m도 하도록 했다. 400m를 100m처럼 헤엄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00m에 집중하며 지구력을 키우고 100m 훈련을 병행해 스피드도 키운 것이다. 그 첫 결과가 광저우 아시아경기 자유형 100m, 200m, 400m 3관왕이란 결실로 나왔고 이번에도 적중한 것이다.
○ 한층 다듬어진 돌핀킥
박태환의 돌핀킥도 업그레이드됐다. 돌핀킥은 스타트 직후나 턴한 뒤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발을 모은 뒤 허리와 다리만으로 헤엄치는 기술. 돌핀킥을 많이 하면 잠영 거리가 늘어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또 스트로크 횟수가 줄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다만 물속에 있는 시간이 많아 폐활량이 좋아야 한다. 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cc로 마라톤 선수와 비슷하다.
볼 코치는 2월부터 박태환의 약점인 턴 동작과 돌핀킥을 이용한 잠영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보통 잠영 거리가 12∼13m다. 그러나 박태환은 광저우에서 돌핀킥 3, 4회에 잠영 거리는 7.5m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돌핀킥 6회, 잠영 거리 12m 안팎으로 향상됐고 2007년 멜버른 대회 이후 4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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