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힘! 전반기 두산 6연패·3연패 끊어
“나보다 팀” 맏형 헌신 리더십 가을야구 선봉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두산 김선우(34)는 단호했다. 후반기를 맞는 그는 “두산의 4강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손)시헌이도 돌아왔고 무엇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해 많은 일을 겪었다. 시즌 초 불미스러운 사건이 겹치면서 순위가 7위까지 추락했다. 김광수 감독대행체제에 돌입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주전선수들의 부상공백으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그러나 21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4강 진입의 불씨를 되살렸다. 두산 특유의 응집력이 되살아났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여기에는 허리통증을 참고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김선우의 역할이 컸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부담이 컸다. 내 앞에서 누군가 연패를 끊어주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특급투수도 연패 중 등판은 부담스럽기 마련. 하지만 팀이 어려울 때 잘 던지는 것이 진짜 ‘에이스’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반기 두산 에이스는 김선우다. 매번 팀의 연패(6월 10일 5연패, 7월 21일 3연패)를 끊었고 순위싸움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챙겼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의 마음 한 구석은 늘 무거웠다. “연패를 끊을 때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연패를 끊어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팀 상황이 나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김선우는 언제나 자신보다 팀이 먼저다. 시즌 목표가 몇 승이 아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3점대 방어율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발로서 퀄리티스타트를 해야 불펜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고 3점대 방어율은 그만큼 상대팀에 점수를 주지 않아야 가능한”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승리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등판하면 주로 맞혀 잡는 피칭을 하기 때문에 야수들이 다른 때보다 더 많이 긴장하고 더 많이 움직인다. 내 8승은 모두 야수들이 챙겨준 것”이라고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맏형으로 팀을 감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시헌은 올시즌 5개의 실책을 기록 중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김선우의 등판 때였다(4월 5일 목동 넥센전, 21일 잠실 넥센전, 5월 19일 잠실 한화전(2개), 7월 21일 잠실 롯데전).
하지만 그는 “시헌이가 ‘형이 등판할 때마다 실책을 한다’고 사과해서 ‘네가 실책하는 수보다 경기당 안타성 타구를 잡아주는 수가 더 많다’고 얘기해줬다. 오히려 내가 고마운데 자꾸 미안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팀의 나쁜 점만 보이게 마련이다. 두산은 저력이 있는 팀이고 3위부터 6위간 게임차가 크지 않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하고는 “나도 잘 던지겠다. 내가 이기면 팀이 이기는 것 아닌가”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