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은 외로웠다. 외국인 선수여서 보이지 않는 견제가 많았다. 몸이 아파도 편하게 말할 사람이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김태균(29·사진)의 지난 20개월이 그랬다.
27일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태균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어제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구단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후반기에도 출전이 불투명해 더는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2009년 시즌 종료 후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11월 13일 롯데와 3년간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5000만 엔 등 총 5억5000만 엔(약 74억 원)에 계약했다. 롯데 구단은 김태균의 올해 남은 연봉은 주기로 했다.
김태균의 올 시즌은 고단했다.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프로야구는 파행 운영됐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지진해일 피해를 입으면서 롯데의 홈인 지바지역은 낮 경기로 치러졌다. 김태균의 생체 리듬은 무너졌다. 5월 17일 주니치와의 홈경기 수비 중 왼쪽 손목 부상을 당했다. 허리 부상까지 당해 6월 20일 귀국해 천안과 대전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아왔다.
김태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일본 생활을 이어가는 건 무의미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공포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숙소는 여진 때문에 수시로 흔들렸다. 지난해 결혼한 아내 김석류 씨(전 KBSN 아나운서)를 서울로 보낸 뒤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김태균은 당분간 손목과 허리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다. 내년 국내 프로야구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까지 일본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국내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다. 다만 원 소속 구단인 한화에 김태균의 2009년 연봉(4억2000만 원)의 300%와 보호선수(18명)를 제외한 선수 1명을 보상해야 한다.
한화는 반드시 김태균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한대화 감독은 “김태균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올해 KIA에 이범호를 내준 만큼 김태균은 무조건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지바 롯데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타율 0.268에 21홈런 92타점을 올리며 팀을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올해는 부상 탓에 타율 0.250에 1홈런 14타점에 그쳤다. 통산 타율은 0.265에 22홈런 106타점.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이범호는 올해 KIA와 1년간 계약금 8억 원, 연봉 4억 원 등 총 12억 원에 계약했다. 김태균의 몸값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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