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그는 정신이 없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우상으로만 바라봤던 선수들과 직접 공을 차다 보니 들떴다. 자기 자신이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해 마냥 신나고 즐거웠다. 그리고 트위터로 자신과 주변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알리기에 바빴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아시아경기대회를 한 달 앞두고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뒤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다시는 그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 코칭스태프에게 주의를 줄 정도였다. 들뜬 채 훈련에 매진하지 못하던 그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무관심과 냉대로 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조 감독이 주변에 이름조차 거론하지 말라고 했던 그 선수는 바로 손흥민(19·함부르크)이었다. 손흥민은 이후 각종 평가전에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올해 초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이라는 주제로 동아일보와 인터뷰했을 때 “손흥민을 처음 봤을 때부터 물건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러 냉대함으로써 손흥민에게 자극을 주려 했던 것이다.
그랬던 조 감독이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손흥민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8월 1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최대 라이벌 일본과의 A매치를 앞두고 27일 조 감독이 발표한 국가대표팀 공격수 명단에는 당당하게 손흥민의 이름이 올랐다. 조 감독은 직접 “손흥민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확실히 달라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프리시즌 9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다. 모두가 놀랐다. 그 사이 손흥민은 하루에 슈팅 1000개를 하는 등 지옥훈련을 했다. 몸무게를 줄이고 스피드와 파워를 높였다. 그는 변했다. 조 감독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고 경기력도 좋아졌다”며 기뻐했다.
조 감독은 일본전에 해외파 15명을 불러들여 총력전으로 나설 계획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박주영(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을 대거 불러들인다. 조 감독은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된 홍정호(제주)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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