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 아하, 육상!]<4>가장 가혹한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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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400m는 ‘고통의 무산소운동’… 마지막 3, 4초 체내 산소 바닥
‘에너지 제로’ 상태로 전력질주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마이클 존슨. 그가 이 대회 400m에서 세운 43초18의 세계기록은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DB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마이클 존슨. 그가 이 대회 400m에서 세운 43초18의 세계기록은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DB
여성은 무릎이 약하다. 여성이 ‘무릎을 곧게 펴며 50km를 걷기에는 무리’라고 보는 것이다.

마라톤은 ‘바늘로 우물을 파는 운동’이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레이스다. 35km 이후에는 몸의 저장된 에너지가 바닥난다. 그 이후엔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듯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려야 한다. 고통의 러닝이다.

그렇다면 육상 47개 종목에서 가장 가혹한(toughest) 종목은 뭘까. 경보 50km일까, 아니면 마라톤일까. 뜻밖에도 전문가들은 400m를 꼽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400m는 무산소 운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산소를 태워서 에너지로 쓴다. 하지만 들이마신 산소가 곧바로 에너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40초쯤 걸려야 에너지가 된다. 더욱이 짧은 시간에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50초 이상 걸려 더 늦어진다.

결국 400m는 외부 산소 공급 없이, 원래 몸 안에 있던 산소를 태워 달릴 수밖에 없다. 몸 안에 축적된 산소만으로 운동하는 것을 무산소 운동이라고 한다. 육상 100m, 200m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몸 안에 저축되어 있는 산소로 달릴 수 있는 시간(무산소 운동)’도 기껏해야 40초 내외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400m 세계기록은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43초18이다. 즉 40초쯤을 달린 이후의 마지막 3∼4초는 외부 산소뿐만 아니라 몸 안 산소도 없이, 즉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 구간에선 그저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400m는 가장 ‘고통스러운’ 종목인 것이다.

400m 경주는 체력 안배가 승패를 좌우한다. 보통 전반 200m에서 어느 정도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 200m에서 전력을 다한다. 반대로 처음에 온 힘을 다했다가 후반에 천천히 달리는 선수도 있다. 경마에서 초반에 빠르게 달리는 선행마나 초반에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에 스피드를 내는 추입마와 비슷하다. 400m에서는 추입마가 유리하다.

존슨의 43초18 세계기록은 독보적이다. 존슨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역사상 200m, 400m 두 종목을 동시에 석권한 유일한 선수이다. 그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400m를 54회 연속 우승했으며 7년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애틀랜타 올림픽 200m 결선에서는 2위와의 거리가 무려 10m가 넘을 정도였다.

존슨은 ‘4P 전술’로 유명하다. 처음 100m는 출발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는 푸시(push), 둘째 200m 구간은 힘을 아끼면서 조절하는 페이스(pace), 300m 구간은 선두로 치고 나서는 포지션(position), 마지막 400m 구간은 그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프레이(pray)가 그것이다. 천하의 존슨도 에너지 제로 구간에선 ‘기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바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종목에 출전한다. 그의 기록은 45초07. 그는 가장 가혹한 종목에서 보철다리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의족’과 ‘에너지 제로’라는 두 난관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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