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목동 두산전을 앞둔 넥센의 덕아웃 앞. 이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배트 한 개를 골라잡더니 날렵한 스윙 솜씨를 뽐냈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주변의 칭찬에 그는 “이제 배 나와서 아저씨 다 됐는데요, 뭘”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때마침 옆을 지나가던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양 위원과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부터 힘도 좋고, 정말 내 공을 잘 쳤지. 중학생이 때린 공이 펜스를 맞추더라니까….” 하지만 2루타성 타구에 3루까지 내달리던 양준혁(당시 경운중)은 아웃됐고, 결국 경기는 정민태가 이끌던 동산중의 승리로 끝났다.
그때부터 양준혁은 ‘정민태의 천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정 코치가 2009년 공식 은퇴식을 할 때도 “양준혁은 정말 상대하기 싫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양 위원 역시 “정말 뛰어난 투수였다”며 정 코치를 칭찬했다.
‘최후의 20승 투수’와 ‘최초의 2000안타 사나이’. 세월이 흘러도 역시 고수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