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직원들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LG가 8년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서울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두산은 거의 매년 ‘가을 잔치’인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는 날엔 일부러 일찍 퇴근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데 올가을에는 잠실구장이 아예 남의 잔치를 위한 무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두산과 LG의 동반 4강 탈락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두산은 좀처럼 예전의 위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롯데에 3연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기 2승 7패로 부진하다가 8일 현재 47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4위 롯데에 6.5경기 차로 뒤져 사실상 뒤집기가 힘들다.
5위 LG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롯데와 1.5경기 차이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계속 하향세에 허덕이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김기태 2군 감독을 수석 코치로 데려왔고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지난달 31일 넥센에서 송신영과 김성현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했지만 아직 약효는 별로 없다.
송신영은 2일 SK전에서는 1점차 승리를 지켜냈지만 이튿날 1점차 승부에서는 이호준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고질이던 마무리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타선도 예전과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LG는 이번 주 KIA, 롯데와 운명을 건 6연전을 벌인다. 선두 다툼에 한창인 2위 KIA와의 싸움도 부담스럽지만 롯데와의 맞대결은 더욱 중요하다.
만약 두산과 LG가 동시에 4강에 오르지 못한다면 2006년 이후 5년 만의 일이 된다. 올해 대회요강에 따르면 2만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가진 SK와 롯데가 맞붙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시리즈 5∼7차전은 잠실구장에서 치르도록 되어 있다. 두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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