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굴욕 명예회복” 미녀새,달구벌 달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18일 07시 00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별중의 별’ 이신바예바

장대높이뛰기는 한동안 금녀의 공간이었다. 남자장대높이뛰기는 제1회 세계육상선수권(1983년 헬싱키)부터 정식종목이었지만, 여자경기가 추가된 것은 7회(1999년 세비야)부터다.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세계육상의 인기종목으로 발돋움했다. 그 가장 큰 공로자가 바로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다. 2011대구세계선수권 출전 선수 가운데도 그녀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함께 최고의 별로 꼽힌다.

여성 한계 뛰어넘은 2000년대 최고★
27번 세계신기록 경신 살아있는 신화
2009대회 참패 후 코치 교체 절치부심
약속의 땅 대구서 ‘화려한 비상’ 준비

○‘마의 5m벽’ 깬 실력, 미모·지성까지 겸비

육상의 꽃을 100m라고 한다면, 장대높이뛰기는 각 종목의 매력이 조화된 꽃다발과 같다. 도움닫기의 스피드, 장대를 찍고 도약할 때의 근력과 순발력, 공중에서의 유연성과 조정력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남자장대높이뛰기에서 세계선수권 6연패 기록을 남긴 세르게이 부브카(48·러시아)는 100m 기록이 10초2, 멀리뛰기 기록이 8m20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새’라는 애칭으로 불린 부브카가 사상 최초로 6m 벽을 깼다면, ‘미녀새’는 여성의 한계라던 마의 5m를 뛰어넘었다. 조각 같은 몸매와 깊고 파란 눈, 팬들을 대하는 친절한 자세까지 더해져 이신바예바는 2000년대 최고 여성육상스타의 자리를 지켜왔다. 철학서적을 즐겨 읽는 등 미모 뿐 아니라 지성도 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기록과 함께한 메이저대회 우승

이신바예바는 당초 체조 꿈나무였다 5세 때 체조를 시작해 15세가 되던 해에는 ‘기계체조의 달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하지만 15세 때 갑자기 키가 174cm까지 자라는 바람에 체조 선수의 꿈을 접었다. 이 때 만난 예브게니 트로피모프 코치는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체조를 통해 기른 유연성은 특히 공중동작에서 빛이 났다. 뒤늦은 입문에도 그녀는 승승장구한다.

입문 6개월 만에 1998년 모스크바월드유스게임에서 첫 우승(4m00)을 차지했고, 2003년 영국대회에서는 4m82를 넘으며 첫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4아테네올림픽금메달(4m91·세계기록), 2005헬싱키세계선수권금메달(5m01·세계기록), 2007오사카세계선수권금메달(4m80), 2008베이징올림픽금메달(5m05·세계기록)을 차지했다. 특히 메이저대회 때마다 주로 세계기록으로 우승하며 스타기질을 과시했다. 생애 통산 세계기록을 경신 회수는 무려 27번(실외15개·실내12개)이다.

○‘미녀새’가 사랑한 대구, 재도약 약속의 땅?

그녀에게도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파리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6년간 무패행진을 달리다, 2009베를린세계선수권 직전 열린 영국대회에서 아나 로고프스카(폴란드)에게 패한 것이 침체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는 3번 연속 바를 넘지 못해, 아예 입상권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베를린 참패’를 당한 지 약 일주일만에 출전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취리히 대회에서 5m06(세계기록)을 넘으며 건재를 알렸다. “(부브카의 35번 세계기록경신을 넘어) 세계기록을 36번 바꿀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감도 여전하다. 슬럼프 때문에 2010년 약11개월간 휴식기를 보낸 그녀는 3월 5년간 호흡을 맞췄던 비탈리 페트로프 코치와 결별했다. 이후 자신에게 장대를 쥐어줬던 트로피모프 코치와 함께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준비해 왔다.

현재 손목부상이 있지만,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이신바예바는 특히 대구와 인연이 깊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출전했고, 2007년 한 기자회견에서는 “2006년 한국 방문 때가 (해외 원정 중) 가장 인상적인 환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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