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다. 17일 SK 김성근 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 4강팀 감독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4위였던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지만 재계약에 실패했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일궈냈던 삼성 선동열 감독 역시 구단 사장단 교체와 함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감독 교체는 올시즌에도 계속 됐다. 지난해 3위팀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시즌 초 7위까지 추락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정확한 의미의 ‘자진사퇴’형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고,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김 감독도 올시즌이 끝나면 ‘자진 재계약 포기’를 밝혀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2007년부터 한국시리즈 라이벌로 팽팽히 맞섰던 두 감독의 행보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내부사정은 달랐다. 김경문 감독이 구단과 긴밀한 논의를 한 뒤 사퇴의사를 밝힌 반면,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 재계약을 두고 마찰을 빚다가 결국 취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프런트와 현장은 한 배를 탄 동지인데 감독이 구단과 상의 없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