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SK 김성근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날, 삼성 류중일 감독은 ‘김성근식 야구’로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SK에 일격을 가했다.
삼성은 1회초 1번 김상수∼2번 박한이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곧바로 박석민의 선제 좌월3점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2회에도 8번 진갑용∼9번 정형식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고, 1번 김상수는 볼카운트 1-1에서 보내기번트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김상수도 1루에서 살아 번트안타로 기록되면서 무사만루가 됐지만, ‘3점 앞선 2회’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류 감독의 전에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이어진 1사 만루서 박석민의 밀어내기 사구와 최형우의 중월만루포가 터지면서 스코어는 순식간에 8-0으로 벌어졌고, 승부도 삼성으로 기울었다.
0-9로 참패한 뒤 김 감독은 코멘트 없이 덕아웃에서 퇴장했지만 1루쪽 SK 덕아웃 위 관중석에선 한동안 “김성근”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