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마법의 양탄자… 선수들 복 받았어요
이번 대회 사진판독 주임 역할도 맡아… 한국선수, 1000분의 1초 차 우승 봤으면
“대구스타디움에만 오면 가슴이 뛰어요.” 본보 장재근 육상해설위원이 17일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대구스타디움의 몬도 트랙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장 해설위원은 대구스타디움을 돌아보며 선수로 뛰었던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감회에 젖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시아의 스프린터’ 장재근 동아일보 육상 해설위원(49·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은 요즘 대구 스타디움에 설 때마다 가슴이 뛴다.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문이다.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스타디움을 바라보면서 현역 시절 참가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년 서울 올림픽 현장이 떠올라서다. 그는 “당시엔 긴장해서 대회 분위기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이곳에 오면 100m 출발선에 서는 상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17일 그와 함께 최첨단으로 무장한 대구 스타디움을 둘러봤다.
장 해설위원은 한눈에 봐도 청량감을 주는 대구 스타디움의 푸른색 몬도 트랙 이야기부터 꺼냈다. 몬도 트랙은 반발력이 좋아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이탈리아 몬도사의 제품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기록 3개(100m, 200m, 400m계주)를 쏟아낸 중국 국가체육장 운동장도 바로 몬도 트랙이다. 지금까지 230여 개의 세계신기록이 몬도 트랙 위에서 쏟아졌다. 몬도 트랙은 마이클 존슨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0m 세계기록을 세운 후 “마법의 양탄자다. 내가 아닌 트랙이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을 정도다.
장 해설위원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때 잠실 종합운동장에 몬도 트랙이 깔려 있었다면 당시 서말구 선배의 한국기록(10초34)은 내가 먼저 깨지 않았을까”라며 “당시 100m 한국기록을 세우지 못해 200m 전문 선수로 불렸는데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장 해설위원의 100m 최고 기록은 당시 한국기록에 0.01초 뒤진 10초35. 그가 세운 200m 한국기록(20초41)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최첨단 전광판과 음향 시설에 대해선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낮에 전광판을 봤는데도 마치 어두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밝다”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만 해도 아나운서의 말은 울림이 심했다. 대구 스타디움을 찾는 육상 팬들은 육상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는 복 받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대구 대회 조직위는 대구 대회를 명품 대회로 치르기 위해 초대형 6분할 전광판을 준비했다. 주전광판(24m×9m)과 보조전광판(17m×9m)은 기존보다 1.5배나 커졌다. 조명시설도 램프 수를 늘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상태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음향 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사진 판독 주임 역할도 맡는다. 1000분의 1초 차로 가려지는 육상의 승부를 최종적으로 가리는 곳으로 대구 스타디움 맨 꼭대기 층에 있다. 그는 “시스템 판독이 끝날 때까지 선수의 국적을 알 수 없다. 최종 우승자를 클릭할 때 신상정보가 나오는데 짜릿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라며 “항상 그 순간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뜨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라며 후배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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