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9]까칠해진 볼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특유의 익살 사라지고 공식행사도 거부
부상 후 재기 무대… 컨디션 조절 신경

경산서 몸 푸는 볼트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7일 경산종합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16일 입국한 볼트는 이날 비공개로 첫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경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산서 몸 푸는 볼트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7일 경산종합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16일 입국한 볼트는 이날 비공개로 첫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경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달라졌다. 한마디로 좀 까칠해졌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 힙합 가수를 연상케 하는 제스처, 특유의 쇼맨십은 찾아볼 수가 없다. 16일 한국에 온 이래 시종 웃음기 쫙 빠진 얼굴이다. 팬들의 환호에 친절히 화답하던 예전의 볼트가 아니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도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그이기에 한국 팬들은 더욱 생경할 수밖에 없었다.

까칠한 볼트의 행동은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취재진을 피해 예정된 A출구가 아닌 C출구로 빠져나가 기다리던 팬들을 아쉽게 했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대구공항에 도착해서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가 준비한 공식행사를 거부한 채 대기 중인 승합차를 타고 숙소로 사라졌다. 대구공항에 모인 시민 서포터스 300여 명이 소고를 때리며 “웰컴 투 코리아, 우사인 볼트”를 외쳤지만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17일도 비슷했다. 비공개 훈련지인 경산종합운동장에 들어서며 취재진과 마주친 볼트는 전날보다는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훈련 중엔 동료들과 밝게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훈련 시작 전 취재진이 빠지지 않으면 훈련하지 않겠다며 라커룸에 드러누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장 밖에서 담장 위에 올라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들을 향해서는 찡그리기도 했다. 팀 매니저를 통해서 ‘훈련에 집중이 안 되니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볼트가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예전과는 다른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 생활 내내 큰 실패 없이 오르막만 올랐던 그가 아킬레스 힘줄과 허리 부상을 딛고 레이스에만 전념하기 위해 그동안과는 다른 정신 자세를 갖게 됐다는 분석.

하지만 볼트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계속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볼트는 20일 대구백화점에서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축구 기술을 전수받는 행사에 참석한다. 25일에는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자메이카 대표팀 기자간담회에선 각오를 밝힐 예정이다. 무엇보다 100m 결선이 열리는 28일 밤엔 볼트 특유의 세리머니와 유쾌한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볼트는 묵고 있는 그랜드호텔에서 다른 자메이카 선수들과 같은 일반실을 이용했지만 침대 바깥으로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간이침대를 요청해 사용하고 있다. 키가 196cm인 그가 침대 바깥으로도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월드스타 볼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래저래 화제다.

대구·경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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