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극복법은 두려움과 맞서는 것 그렇다면 사구의 공포는 과연 어떻게 떨쳐내야 할까. 조성환은 “이상한 말이지만 상대투수를 믿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투수가 나를 맞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타석에 서야만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얘기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나는 아직도 매 타석에 설 때마다 두렵다. 아마 이건 야구를 하는 한 영원히 가져가야할 마음의 짐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후유증도 크다. 그가 올해 안경을 쓴 이유도 사구 때문이다. 병원 검사 결과 ‘사물이 흔들리는 이유는 신체적인 문제보다 심리적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도망치기보단 정면승부를 택했다. 검투사헬멧을 쓰는 것조차 상대투수에게 몸쪽 공을 두려워한다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 과감히 벗어던졌다.
또 한 가지,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남다른 배려가 조성환을 다시 그라운드 위로 설 수 있게 했다. 그는 “사구사건 이후 첫 경기가 얄궂게도 SK전이었는데 상대투수가 김광현이었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사고를 낸 투수가 우완이었기 때문에 좌완을 상대하는 것이 심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며 선발로 출장시켜준 걸로 안다”며 “운이 좋게도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는데 그때 SK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주면서 박수를 쳐줬다. 가장 중요했던 첫 경기에서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단추를 잘 꿴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타석에서 공포는 당연한 일 적극적 치료 필요
레너드 코페트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도 타격의 가장 기본적인 요체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서는 선수들은 누구나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어떻게 딛고 이겨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김 교수는 “주위의 꾸준한 관심과 장기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상당수 선수들이 꼭 몇 달, 혹은 몇 년 전의 얘기를 한다”며 “아직 전문적인 스포츠심리학이 한국에서 발달하지 않았고 여전히 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이 많아 문제가 있을 때 즉각적으로 해결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다가 벼랑 끝에서야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는 것이다.
마음의 병을 키우다 유니폼을 벗은 선수도 있다. 두려움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