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110m 허들 ‘0.01초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12초87 로블레스 vs 12초88 류샹 vs 12초89 올리버

세계 3강이 총출동한다.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10m 허들 종목 얘기다. 역대 이 종목 랭킹 1, 2, 3위가 모두 출전한다.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로블레스의 기록에 0.01초 뒤진 류샹(28·중국), 그리고 류샹보다 0.01초가 늦은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가 그들이다. 최강을 가리는 ‘허들 삼국지’에 육상 팬들의 가슴이 뛰고 있다. 올 시즌 랭킹 1∼3위에도 셋의 이름이 다 들어 있다.

세계기록 보유자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로블레스, 아시아 개최 대회에서 ‘황색 탄환’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류샹, 올 시즌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올리버가 벌이는 허들 전쟁의 최후 승자는 29일 결판난다.

○ 세계선수권 첫 우승에 도전하는 로블레스


로블레스는 22세이던 2008년 6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골든 스파이크대회에서 12초87의 세계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류샹이 2006년 스위스 로잔에서 세운 기록을 0.01초 앞당겼다. 이때부터 류샹의 독주체제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로블레스는 두 달 뒤인 2008년 8월 류샹의 안방인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그는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다. 19세이던 2005년 헬싱키 대회부터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지만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기록한 4위가 최고 성적이다. 2009년 베를린 대회 때는 결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지난해 7, 8월에는 부상으로 3개 대회를 연속해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 대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5일 초속 0.6m의 맞바람을 안고도 올 시즌 3위에 해당하는 13초04의 기록을 작성했다. 다시 한 번 세계기록 보유자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 챔피언 자리 복귀 노리는 류샹


류샹은 2008년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최강자였다. 2007년 오사카 대회 이후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챔피언 복귀를 노린다. 류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선수도 단거리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황색 탄환이다. 그는 2003년 파리 대회 3위,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2위를 한 뒤 2007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2년 전 베를린 대회에는 부상 후유증으로 출전하지 못해 타이틀을 내줬다.

류샹은 부상 이전의 부드러운 허들링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 능력을 많이 회복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해 자신감도 되찾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아킬레스힘줄 통증을 호소하며 레이스를 포기해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그는 수술 뒤 2년가량의 재활 끝에 정상 복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 올리버, “역대 3위지만 올 시즌은 내가 1위”

올리버는 개인 최고기록에서 로블레스와 류샹에게 뒤진다. 하지만 올 시즌만 따지면 올리버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 올해 들어 12초대를 뛴 선수는 올리버(12초94)가 유일하다. 지난해 상위 기록 10개 중 8개가 올리버의 것이다. 지난해에는 12초대를 다섯 번이나 뛰었다. 5월 IAAF 다이아몬드리그 상하이 대회에서 류샹에게 1위를 내줄 때까지 18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을 만큼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6월 미국 오리건 주 유진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시즌 최고기록인 12초94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지났다. 13초00에 그친 류샹에게 한 달 만에 설욕했다.

올리버는 최근 페이스로만 보면 셋 중 가장 낫지만 큰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그가 거둔 최고 성적은 3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는 대구 대회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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