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양정민(25·전 대전시티즌·사진)이 지인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스포츠동아가 단독 입수했다.
양정민은 파란색 볼펜으로 쓴 이 편지에서 “‘해선 안 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간 잘못은 백 번 천 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참회를 했다.
승부조작과 관련한 혐의로 5월27일부터 창원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양정민은 19일 창원지법에서 진행된 승부조작 공판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올 4월 K리그 컵 대회 대전-포항 전 때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작년 7월과 9월 대전-전북, 대전-전남 전 때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 건이 추가된 상태.
프로연맹은 6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양정민의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양정민의 아버지 양성대(56·운수업) 씨는 “아들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 가족들은 하루하루 너무 고통스럽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모쪼록 만회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 양정민 편지 요약
○○님,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겠네요. 우리 동료들이 땀 흘려 일궈놓은 팀을 이렇게 무너뜨려 죄송합니다.
직접
무릎을 꿇고 할 일을 편지로 대신하는 것 양해해 주세요. 어떻게 죄를 갚을 지 앞이 막막합니다.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
죽고 싶은 심경입니다. 여기(구치소)에서 가장 힘든 건 절 믿어준 분들께 실망을 끼쳤다는 생각입니다.
많이 울고
반성도 많이 했지만 너무 힘드네요. 살면서 이런 곳은 처음 왔습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고, 세상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그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이번 일로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꿈도 잃었고, 믿음도 잃었고, 사람들까지 다
잃었습니다. 꿈이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픈 줄 몰랐어요. 사람은 희망을 갖고 산다는데 제 현실에서의 희망은 버려야 할
꿈입니다.(중략)
늦었다는 걸 알지만 후회를 많이 합니다. 프로 선수로 뛰며 상처도 컸습니다.
축구에
대한 실망도 많았고요. 프로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건데 전 제대로 된 프로가 아니었어요. 축구를 할 수
있는 정신과 몸이 아니었습니다. 제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생각해 주세요. 그간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힘든 2군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이 이런 일에 희생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