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21일 사직 SK전에 앞서 이만수 감독 대행과 만났다. 둘이 수장 신분으로서 첫 조우를 하자 사진기자들이 몰려왔다. 그러자 이 대행은 곤혹스러웠는지 “나, 웃으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양 감독을 향해 “그 마음 알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롯데 부임 이후 겪었을 마음고생을 알 것 같다는 의미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이 이야기를 전해준 양 감독 역시 이 대행의 처지를 남일 같지만은 않은 눈길로 바라봤다. “나도 4월에 투수교체를 하러 갈 때는 직접 마운드로 올라갔다. 감독이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팬 서비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가기만 하면 온갖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통에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양 감독은 “4연승을 해도 욕을 하더라. 대통령도 욕먹는 세상인데…”라며 초탈한 듯 웃었다. 그래도 처음 이런 고초를 겪는 이 대행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평생 (이 대행이)누구한테 욕을 먹고 살았겠나? 욕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일 것이고. 프로야구 레전드 1위로 뽑히고(사랑만 받다가). 많이 놀란 것 같다”고 걱정을 섞어 말했다.
한편 이 대행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대행이어도 프로 첫 승을 해낸 직후였지만 특유의 유쾌함은 절제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단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시국을 의식한 듯 말을 아끼고, 훈련에 열중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편집|김남은 기자 (트위터 @sd_silver) kne8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