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 북부 서인도제도의 섬나라 자메이카. 사탕수수 등 농업이 주 산업이며 인구는 280여만 명에 불과하다. 그런 나라가 2000년 이후 스포츠로 전 세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사인 볼트(25), 아사파 파월(29) 등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을 배출해낸 때문이다.
자메이카가 세계적인 육상 강국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의 조련으로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것처럼 자메이카에도 육상의 히딩크로 불리는 명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메이카육상연맹 알프레드 프라노 프란시스 집행위원(56·사진)은 ‘자메이카 육상의 히딩크’라고 불린다. 그는 볼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발견해 키운 주인공이다. 23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프란시스 집행위원을 만나 자메이카 육상과 볼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메이카 육상이 2000년 이후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스포츠용품 회사(푸마)에서 후원을 받아 학교를 짓고 음식을 넉넉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본적인 시스템의 발전도 한몫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수준별 육상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많은 국내 대회도 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탄력이 뛰어난 타고난 몸에 코치, 시스템, 열정이 모두 합쳐진 결과다.”
―자메이카 육상의 강점은 무엇인가.
“육상은 자메이카의 대표적인 문화다. 육상은 선망 받고 인기 높은 스포츠다. ‘런(run·달리다)’이라는 단어는 실생활에 녹아들었으며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런 투 더 스토어(가게까지 뛰어 갔다 와라)’라고 외친다. 일상 대화에서 ‘위 런 디스 타운’은 ‘우리가 이 마을에서는 최고’라는 의미로 쓰인다.”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가.
“육상만 가르치지는 않는다. 사회적인 능력도 가르친다. 학업은 물론이고 미디어 대응 방법 등 여러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다. 자메이카에는 ‘당나귀가 물가에 가는 것은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절실한 태도가 있어야만 즐겁게 달릴 수 있다.”
―볼트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어떤 소년이었나.
“달리고자 하는 동기가 강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특별했다. (인터뷰 도중 볼트에 대해 특별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중에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고난 실력은 물론이고 달리기를 즐거워하는 태도, 강한 경쟁심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주니어 시절 200m 경기에서도 100m 전문 선수들보다 스타트가 빨랐다. 그 모습을 보고 달리기 말고 다른 것을 해도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높이뛰기를 했다면 높이뛰기 세계 챔피언이 됐을 것이다.”
―팀 내에 볼트와 파월이 함께 있다. 이들의 경쟁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자메이카 육상은 세계 최강인 한국의 양궁과 같다. 개개인의 실력도 좋지만 팀워크로 더 멋진 팀을 만들고 있다. 볼트와 파월은 트랙에서 둘도 없는 친구다. 서로 경쟁하면서 동기 부여도 되고 경쟁심도 생기면서 기록이 더 좋아졌다. 이번 대회에서 굳이 누가 이길지 예상한다면 봍트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다.”
―볼트가 은퇴한 뒤 자메이카 육상의 미래는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많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챔피언십 남자 100m 우승자인 덱스터 리, 올해 세계유스챔피언십 남자 100m 우승자 오데일 토드 등 유망주가 많다. 이들도 볼트처럼 커가고 있다. 하지만 볼트만큼 특별한 선수는 아직 없다. 그것이 걱정이다.”
―볼트는 튀는 패션과 치킨 너겟을 너무 사랑한다. 문제는 없는가.
“볼트는 젊다. 젊은 만큼 힙(Hip)한 스타일이 좋다. 치킨 너겟은 많이 먹지만 않으면 괜찮다.(웃음) 볼트는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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