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달구자… 대구세계육상 D-3]육상의 숨은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스타트 속도 1000분의 1초까지 잡아낸다… 스타팅블록과 전자계측

스타팅블록은 육상 100m에서 400m까지 사용된다. 요즘은 일반화됐지만 도입 초창기에는 논란이 많았다. 1927년 미국의 한 대학생이 발명한 스타팅블록을 선수들이 사용해 봤더니 평균 0.03초나 기록이 단축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한동안 사용을 금지했다.

스타팅블록은 선수들의 발을 지탱해주고 출발할 때 반동까지 더해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 순수하게 인간의 능력을 겨루는 육상 경기에서 도구를 사용해 기록을 단축한다는 사실이 처음엔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IAAF는 1939년 스타팅블록을 공식 인정했다. 육상의 순수성이 훼손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록 단축을 통한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타팅블록은 올림픽에선 1948년 런던대회 때 첫선을 보였다.

스타팅블록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부정 출발을 잡아내는 계측 도구로까지 진화했다. 스타팅블록엔 1000분의 1초까지 잡아내는 유선 전자감응 시스템이 연결돼 있다. 스타터(출발 심판원)가 총을 쏜 뒤 선수들이 치고 나가는 시간인 출발반응 시간이 0.1초 이하면 파울이 된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이 총소리를 듣고 0.1초 이하의 시간에 반응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0.1초 이하에 반응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IAAF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수가 부정 출발하면 감응 시스템에서 스타터가 쓰고 있는 헤드셋으로 경고음을 전해주고 스타터는 총을 다시 쏴 선수들의 질주를 멈추게 한다. 파울을 한 선수 바로 옆 선수가 0.1초 이하일 경우에는 파울한 선수를 따라 함께 달린 점을 감안해 경우에 따라 구제해 주기도 하지만 떨어진 레인에서 함께 파울하면 실격이다. 2명의 실격자가 나오는 이유다.

스타터의 총소리와 함께 유선으로 연결된 결승선의 계측 시스템이 가동된다. 현재 계측 시스템으로는 1000분의 1초까지 측정이 가능하지만 기록은 100분의 1초까지만 발표한다. 두 선수의 기록이 같을 경우에는 1000분의 1초까지 판독한다. 초고속 카메라가 결승선 사진을 찍어 판독하기도 한다.

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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