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SOS 출동땐 볼트보다 빠를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여섯 색깔 자원 봉사…
대회 성공 위해 땀 흘리는 5828명의 일꾼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여섯 색깔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구스타디움에서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있다. 김동춘 김여진 김다희 백수정 소윤지 오선영 씨(왼쪽부터).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니폼은 뭘까. 개최국 한국의 유니폼도, 가장 많은 선수(155명)를 파견한 미국 유니폼도 아니다. 바로 왼쪽 가슴에 대회 로고가 새겨진 하늘색 반팔 티셔츠 유니폼이다. 2568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이 옷을 입고 스타디움과 선수촌은 물론이고 대구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총 5828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회 성공을 위해 뛴다.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일꾼들이다.

○ 여섯 색깔 자원봉사자들

자원봉사자의 업무는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 담당 업무는 그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하늘색 티셔츠는 도시락 배급부터 응급 처치까지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입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자원봉사자는 통역 담당으로 1700명이다.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 티셔츠를 입는다. 중국인 유학생이나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등 30여 명의 외국인도 통역 자원봉사에 나섰다.

트랙과 필드 그리고 마라톤과 경보가 열릴 도로에서 안전한 경기 운영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파란색 티셔츠의 자원봉사자들(1050명)이다. 290명이 대구스타디움에 배치됐고 나머지 760명은 마라톤과 경보 경기 지원에 투입된다.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녹색(350명)과 연두색(110명)이다. 녹색은 심판 보조로 경기장에서 허들이나 장대 같은 경기 비품을 옮기고 정리한다. 주로 체대 학생들이 팀을 이뤄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스타들을 가까이서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경기를 망칠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업무가 가장 고된 사람들은 연두색 티셔츠를 입는 사람들. 선수촌, 선수단 버스, 경기장까지 선수들과 항상 동행한다. 통역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다양한 요구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보통 하루 8시간씩 1일 2교대로 일하지만 이들은 오전 7시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는 선수촌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 노란색 티셔츠(50명)는 주차 관리와 교통 통제를 담당한다.

○ 다양한 색깔 하나 된 마음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기간에 받는 돈은 없다. 1일 교통비 7000원과 한 끼 식사비 7000원이 전부다. 하지만 2009년 3월과 2010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자원봉사단 모집에 1만1563명이 지원해 약 2 대 1의 경쟁을 거쳤다.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어를 전공한 대학생, 전직 교사, 유학파 회사원, 전업주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전체 인원의 64%가 20대지만 60세 이상 자원봉사자도 650명에 이른다. 은퇴 교사로 외국 기자들의 숙소 안내를 맡은 이동수 씨(77)는 “외국 기자로부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뿌듯했다”고 말했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 씨처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성현정 씨(23)는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건네는 ‘고마워요’라는 한마디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르는 벅찬 감동”이라며 웃었다.

대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대구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양종구 차장 이승건 이종석 김동욱 유근형 기자

▽사진부=김경제 부장 변영욱 기자

▽사회부=이권효 차장 장영훈 김태웅 고현국 기자

▽산업부=유덕영 기자

▽교육복지부=한우신 기자

▽전문기자=김화성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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