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육상 남자 100m 세계기록을 보유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통했던 모리스 그린(37·미국)은 유머가 넘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막한 27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만난 그에게 육상 후진국인 한국의 단거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좀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실력을 키워 줄 테니 자기를 코치로 영입하라며 크게 웃었다. 축구와 미식축구 고교 선수들의 러닝 지도자로 일하고 있는 그린은 이번 대회 미국의 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대구를 찾았다.
그린은 1997년 아테네, 1999년 세비야, 2001년 애드먼턴 세계선수권에서 100m를 3연패하며 미국 육상의 단거리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스프린터. 세비야 대회에서는 200m까지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1999년 6월 9초79의 기록을 작성하며 100m에서 9초8의 벽을 처음 무너트린 주인공도 그였다.
그가 버티고 있던 1990년대 후반 단거리에서는 마땅한 적수가 없을 만큼 절대 강자였던 미국이 어쩌다가 자메이카에 밀리게 됐는지를 물어봤다. "현역 시절에 내가 뛰는 걸 보고 자메이카가 연구를 많이 해서 그런 거예요. 하하하" 그는 또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근는 곧바로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며 표정을 가다듬은 뒤 "자메이카는 오래 전부터 미국을 보고 많은 걸 벤치마킹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뛸 때만 해도 훈련 방법의 효율성이나 장비의 수준면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해 미국에게 그런 이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력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자메이카가 어느 나라보다 빨리 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자메이카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남자 400m 계주에 대한 전망을 묻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지만 자메이카가 우승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자메이카 계주 팀은 당분간 따라잡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강하다"고 평가했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장애인 선수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비장애인 선수와 경쟁하는 것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피스토리우스가 장애가 없었다면 더 엄청난 일을 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더 나은 기록을 낼 것 같다. 그의 노력을 존중한다"고 말해 자격만 된다면 장애인 선수의 출전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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