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나온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실격이 필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볼트의 부정출발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메달을 딴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가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0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볼트가 탈락한 데는 블레이크에게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 배경은 이렇다. 28일 결선에서 볼트는 5번 레인, 블레이크는 6번 레인에 배정됐다. 블레이크가 세트 포지션에 있을 때 왼쪽 다리를 움찔했고 그 순간 볼트가 본능적으로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의 슬로 모션을 봐도 블레이크 왼쪽 다리의 미세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스타트 규정에 따르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선수들은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일부 육상 관계자들이 블레이크도 실격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영국의 드웨인 체임버스는 준결선에서 출발 전 어깨를 움직였다는 이유로 실격되기도 했다.
또 IAAF는 스타트 라인에서 다른 선수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면 레이스를 중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볼트에게만 집중된 데다 그가 총성보다도 빨리 뛰쳐나갈 만큼 명백한 부정출발을 했기에 블레이크의 움직임은 묻힐 수 있었다.
당사자 볼트는 “블레이크와 다른 메달리스트에게 축하를 보낸다. 모두 내 탓이다. 남은 200m와 400m 계주에 집중하겠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남자 1500m 2연패를 달성한 중거리 육상의 전설 서배스천 코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장은 “볼트에게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쓴 약이 됐다. 이번 실수를 바탕으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향해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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