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부상 안고도 안타 등 꾸준한 팀플레이
덕아웃선 선수단 위아래 아우르며 중심 잡아
경기장 안팎 롯데 ‘분위기 메이커’ 역할 톡톡
롯데 양승호 감독의 이유있는 ‘대호 예찬론’
“정말 좋은 선수야. 정말 착해.”
롯데 양승호 감독은 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팀의 중심타자인 이대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상적인 몸이 아니지만 타격에서 맹활약을 펼칠 뿐 아니라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제몫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대호는 한마디로 ‘위대한 타자’를 넘어 ‘위대한 선수’로 평가할 만하다. ○위대한 타자 이대호
이대호는 후반기 들어 좀처럼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82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들어선 3일까지 31경기에서 3홈런에 그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팀의 70경기인 7월 2일 20호 홈런을 기록한 뒤 이후 43경기에서 홈런 3개를 추가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전 경기를 뛰고 있다.
물론 요즘 홈런은 잘 안 나와도 꼭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리지 않느냐”며 높이 평가했다. 발목과 오금 등에 통증을 달고 있어 하체를 완벽하게 이용하는 타격은 하지 못하지만 팀의 승리에 필요한 역할은 100% 해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하체가 좋지 않으니까 러닝훈련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항상 자전거를 타면서 몸 관리를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칭송했다.
이대호는 홈런에서는 삼성 최형우(25홈런)에게 2개 뒤져 있는 상태. 그러나 8월 30일 사직 삼성전부터 3일 잠실 LG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13타수 10안타(0.769)를 몰아치며 타율을 0.350까지 끌어올려 1위를 탈환했다. 이 기간에 홈런은 없지만 2루타는 5개다. 타점 역시 7개를 보탰다. 4일 LG전에서도 1회 선취타점을 올려 94타점으로 1위를 달렸다. 지난해 타격 7관왕을 차지해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을 뿐 현재의 성적만으로도 롯데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타자로 평가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위대한 선수 이대호
양 감독이 이대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타자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선수로서의 자세다. 양 감독은 “대호는 자기가 부진한 날에도 후배들에게 항상 파이팅을 주문한다. 후배들이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내가 (화이팅 소리) 칠까?’라고 독려하면서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소개했다. 보통 스타플레이어일수록 자신의 성적에 민감해진다.
때로는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덕아웃 분위기를 해치는 스타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자신의 성적과 상관없이 그라운드에서나 덕아웃에서나 주장 홍성흔을 도와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단순히 방망이만 잘 치는 위대한 타자가 아니라 팀을 이끌어나가는 위대한 선수가 된 이대호다.
양 감독은 “난 우리 팀 선수들 중 5명만 포섭하면 된다”며 껄껄 웃었다. 주장 홍성흔에게 얘기하면 전임 주장 조성환과 이대호에게 의사가 전달되고, 이대호가 강민호를 잡으면, 강민호가 그 아래는 다 책임진다는 뜻이다. 투수 파트에선 임경완이 그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당시 전력도 약한 면이 있었지만 선수단의 구심점이 없어 흔들렸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체계가 잡힌 느낌이다. 이대호가 선수단의 위와 아래를 아우르며 중심을 잡아주면서 롯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