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본보 해설위원들, 대구대회를 통해 본 한국육상의 현실과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선택과 집중해야 ‘육상 박태환’ 나온다

《잔치는 끝났다. 손님맞이는 성공적이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비록 ‘10-10(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 또는 톱10 배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경험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었다. 본보 해설위원들은 심판, 해설위원, 지도자, 관중으로 직접 현장에서 대회를 지켜봤다. 해설위원들에게 한국 육상의 현실과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우리 선수들 목표의식 없어
○ 이영선 투척 대표 상비군 지도자(37)


투척 종목은 상대적으로 세계의 벽이 낮은 종목이다. 한국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과 기술적인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체격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잘하는 외국 선수들도 체격이 작은 선수가 많다. 다만 정신력에서 차이가 났다. 운동을 즐기면서 하지 못한다. 코치가 시키는 것만 하고 개인의 목표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회 경험이 큰 자극 됐을것
○ 이진택 도약 대표 상비군 지도자(39)


최선을 다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많은 자극도 됐다. 지금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는 마라톤을 제외하고 4, 5명만 출전해 왔다. 이번에는 각 종목에 선수들이 고르게 출전했다. 이 선수들의 경험이 한국 육상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메달 목표로 장기플랜 세워야
○ 이진일 대표팀 중거리 코치(38)


이번 대회의 결과가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다. 4년을 준비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목표도 수정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결선 진출은 목표가 될 수 없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결선 진출이 아니라 메달을 목표로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모든 종목에 고른 투자하기는 힘들어
○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48)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봤다. 우선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모든 종목에 다 고른 투자를 하기는 힘들다. 도약, 투척, 경보 등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본 종목에 집중투자해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육상아카데미 등 육성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적 선수들에 기량-경험 모두 뒤져
○ 이봉주 KBS 해설위원(41)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 세계적인 수준이나 기량에 많이 못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린 선수들의 레이스 운영과 경험이 부족했다. 케냐 등 마라톤 강국과 수준차가 있다고 해서 국내 1, 2등에 안주하지 말고 반드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여자 마라톤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은 고무적이다.
전문경보선수 어릴때부터 키워야
○ 황영조 육상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1)

실업 선수가 10명에 불과하고 역사도 짧은 경보에서 세계 6위(남자 20km·김현섭), 7위(남자 50km·박칠성)에 오른 것은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내 대회가 없다. 마라톤과 중장거리 선수 중 실력이 뒤처지는 선수들이 경보로 전향하는 시스템은 이제 안 된다.


유소년시스템 전면 개선 필요
○ 장재근 전 육상연맹 트랙 기술위원장(49)

한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39초 벽을 깨고 한국 신기록(38초94)을 세웠다. 기대할 수 있는 최대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한국 기록이 전체 23개 팀 중 13위였다는 냉정한 현실도 잊으면 안 된다. 100m를 비롯해 트랙 개인 종목에서는 한국 기록에 접근조차 못했다. 유소년 훈련 시스템부터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육상스타 키워야 관중도 몰려
○ 송재학 시인(56·대구 거주)

대구는 내륙에 위치해 외국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외국 손님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 시민들의 외국인 선수단맞이가 돋보였다. 경기장을 비교적 많이 메운 것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경기가 열린 날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한국도 육상 스타를 키워야 다음에 이런 큰 대회를 다시 한 번 열 자격이 생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달 28일 남자 20km 경보에서 6위를 한 김현섭(삼성전자). 한국은 비록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경보를 비롯해 도약, 투척에서 희망을 보았다.대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28일 남자 20km 경보에서 6위를 한 김현섭(삼성전자). 한국은 비록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경보를 비롯해 도약, 투척에서 희망을 보았다.대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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