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김동우(32·사진)는 키, 얼굴, 몸매, 피부 등 소위 ‘비주얼’이 되는 선수다. 화술도 빼어나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없다. 지금 그에게는 여자친구보다 더 먼저 챙겨야 될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농구이고, 유재학 감독이다.
김동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농구는 “옆을 보지 않는 경주마처럼” 인생의 전부였다. 연세대 시절부터 농구를 워낙 잘했다. 당연한 줄만 알았다. 농구만 잘하면 그만일 줄 알았다.
그런데 모비스 신인 때, 경기 도중 오른 발목을 다쳤다. 너무 아팠다. 병원에서는 큰 부상이 아니라고 했다. “내 의지가 약한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죽어도 안 되는 거예요. 마침 유재학 감독님이 부임했고, 일본에 병원을 알아봐주셨어요. 그런데 거기서 ‘수술도 어렵다’고 하는 겁니다.”
아킬레스나 인대 손상이 아닌 힘줄 부위가 파손됐다. 농구가 전부인 김동우가 농구를 잃을 절망적 상황에서 유 감독은 독일 병원을 수소문해줬다. “축구팀으로 유명한 독일 레버쿠젠의 의사가 진찰을 해보더니 ‘나도 딱 한 번 해봤던 수술’이라고 했어요. ‘제발 수술 해달라’고 했죠.”
발목에 피가 차올라 같은 부위에 수술을 2번 더 했다. 작년에는 왼 무릎까지 칼을 댔다.
뛰는 시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농구를 못하게 되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소중함을 더 알게 됐어요. 안 아팠을 땐, 농구가 너무 힘들고 괴로웠는데 농구선수가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김동우는 모비스 입단 후 처음으로 5월 태백 훈련부터 9월의 LA 전훈까지 훈련을 전부 소화했다. “아팠을 땐 답을 아는데 볼펜이 안나오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몸이 따라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9일 산타바바라 팀과의 평가전에서 김동우는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다. 그러나 최고참 선수는 벤치에서 신인 선수보다 더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