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종편 TV 최고의 효자는…예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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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1일 09시 29분


\'씨름 황제\' 이만기가 활약한 1980년대 민속씨름은 60%가 넘는 TV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씨름 황제\' 이만기가 활약한 1980년대 민속씨름은 60%가 넘는 TV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TV 시청률 집계가 요즘처럼 정확한 때는 아니었지만, 1980년대 초중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민속씨름의 시청률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985년 '씨름 황제' 이만기가 이준희 이봉걸 등과 경쟁을 벌일 때 TV의 최고 시청률은 67%대를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인 23.7%나, 제일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인 18%와 비교하면 당시 민속씨름의 인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민속씨름 결승전이 9시 메인뉴스 시간과 겹치자 뉴스를 뒤로 밀 정도였으니….

TV 시청률만 놓고 보면 스포츠 중계가 상위권을 휩쓴다.

역대 TV 시청률 최고는 74.7%를 기록했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벨기에전으로 알려져 있다.

2위는 73.7%를 기록한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토고전이다.

이렇게 월드컵 축구경기의 시청률이 높았던 이유는 이 경기를 KBS와 MBC, SBS 지상파 3사가 동시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축구가 세계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월드컵 때의 시청률은 위의 경기에 못 미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벨기에전은 TV 시청률 74.7%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벨기에전은 TV 시청률 74.7%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의 시청률은 66.7%를 기록했다.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생중계를 했음에도 이처럼 최고 시청률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집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기 보다는 거리로 뛰쳐나와 단체 응원을 통한 경기 시청을 더 선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마 중에서는 KBS 2TV에서 상영된 '첫사랑'의 마지막 회가 시청률 65.8%로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지상파 TV는 스포츠 빅이벤트를 중계해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고, 스포츠는 지상파 중계를 통해 큰 인기를 구가할 있었다.

그런데 케이블에 전문 스포츠 채널이 등장하는 등 미디어 여건이 바뀌면서 지상파에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 등의 빅이벤트가 아니면 중계를 잘하지 않는다.

중계를 하더라도 경기가 길어지거나 하면 아무리 중요한 시점이라도 중계를 끊어버려 팬들을 황당케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TV 시청률 66.7%를 기록한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 경기 장면.  동아일보
TV 시청률 66.7%를 기록한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 경기 장면. 동아일보
왜 이렇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최근에야 이유 중 한 가지를 알았다.

한국농구연맹(KBL) 신임 총재에 취임한 한선교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통해서였다. 한 신임 총재는 지난 1일 취임식에 하루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스포츠 분야를 오락 분야에서 분리해 편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방송법에 방송 프로그램은 보도, 교양, 오락 프로그램으로 분류되고 있고, 스포츠 중계는 오락 프로그램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편성에서 소외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

한 총재의 발의 개정안은 기존 보도, 교양, 오락의 3가지로 분류된 프로그램 종류를 보도, 교양, 오락, 스포츠 4가지로 세분화해 지상파에서 스포츠 중계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총재는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는 건전한 여가 선용에서부터 국위 선양까지 국민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지상파 중계가 사라져 국민들이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의 성격과 제작 방식이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과 현저하게 달라 스포츠 분야를 분리해 편성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총재의 이런 노력도 노력이려니와 연말이면 '채널 A'를 비롯한 종편 채널이 등장하니 이제 스포츠가 TV에서 시청률 효자 노릇을 하는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한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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