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최근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LG전에서도 11-2로 대승을 거두고 최근 4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이날 2위인 롯데도 함께 승리하면서 3위인 SK와 1게임차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SK는 호시탐탐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겨냥하고 있다.
SK는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 그 중 3차례 우승(2007∼2008년, 2010년), 1차례 준우승(2009년)을 차지했다. 올 시즌 예년과 달리 내우외환이 겹치며 흔들리는 레이스를 펼쳤지만 만약 가을잔치가 시작되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껄끄러운 상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상대팀들이 SK를 두려워하는 것은 역시 경험이다. 큰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어서 일단 포스트시즌만 열리면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타선의 핵 박정권(사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권은 올 시즌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특히 월간타율을 보면 6월(0.250), 7월(0.218), 8월(0.240)에 가라앉았다. 9월에도 0.244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SK가 예년과 달리 힘겨운 레이스를 펼친 데에는 마운드의 부진도 컸지만, 중심타자인 박정권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박정권 역시 마음고생이 심했다.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어둠의 터널. 그러나 서서히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15일 잠실 LG전에 5번 1루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3-0으로 앞선 3회말 회심의 우월 3점홈런을 날렸다.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였다.
무엇보다 막혀 있던 가슴이 뚫리는 홈런이었다. 6월 30일 문학 한화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기록한 뒤 무려 77일(2개월 14일) 만에 맛보는 홈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한 슬러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오랜 침묵이었다. 전날 문학 넥센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린 뒤 타격감을 찾는 듯했던 그는 이날도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로 2연속경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그는 “조금씩 감이 오긴 하는데 모르겠다. 아직 70%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데 대해서도 “겨우 10개를 채웠다. 너무 각박하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진 뒤 “어떡해서든 팀의 중심타자니까 살아나야한다는 생각이다”며 웃었다.
이어 “당연히 우리는 위를 쳐다보며 갈 것이다. 2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많으니까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다면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가을이 오니까 좋아지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가을이 아니라 10월이라고 해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10월을 정조준하며 타격감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는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