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문연 배터리 코치는 15일 LG전에 앞서 잠실 마운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는지 입을 굳게 다물더니 이내 한숨을 토해냈다.
27년 전 가을,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최동원 선배와 함께 얼싸안고 환호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듯했다. 한 코치는 당시 롯데 포수로 9회 마지막 타자인 삼성 장태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마운드로 달려가 2년 선배인 최동원과 뜨겁게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누렸다.
한 코치는 “바로 저기였는데…”라며 잠실구장 마운드를 가리켰다. 금세라도 금테안경을 쓴 철완투수가 나타나 자신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강속구를 뿌릴 것 같은 듯했다.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 “어제 빈소를 다녀왔다. 영정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 그냥 나도 모르게 ‘형, 형이 거기 와 앉아있노’라고 말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는 1984년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미 4경기(3완투 포함)에 등판해 5번째 등판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던 최동원이었다.
“7차전이 시작됐는데 초반에 힘이 없어 제구도 안되더라. 그런데 유두열 선배가 3-4로 뒤진 8회초에 역전 3점홈런을 치자 8회말부터 갑자기 공이 살아오더라. 9회말 마지막 타자 장태수 선배를 삼진으로 잡은 공은 아직도 생생하다.
볼카운트 2-3여서 스트라이크를 넣으라고 바깥쪽 직구 사인을 냈다. 그런데 공에 힘이 너무 들어가 높이 솟았다. 볼이었지만 워낙 공에 힘이 있어서인지 장태수 선배 방망이가 돌더라. 결과적으로 잘 됐다.”
그러면서 “그해 참 재미있었던 한국시리즈였다. 요즘 투수들은 최동원 선배의 정면승부 기질을 배워야한다. 에이스라면 그런 배짱과 자신감으로 던져야한다”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