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에 건립되었으며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벌써 십수 년째 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티고 있으니, 사람도 본시 잔병치레 잦은 사람이 장수하듯 야구장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대구구장의 특징은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지어졌다는 점이다. 유명한 대구의 폭염과 맞물려 여름에는 거의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하는데, 그럼에도 그 더위와 시름을 모두 잊게 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대구구장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다. 대구구장의 일몰은 그 어떤 명소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다.
얼마 전까지 대구구장 입구에는 선수들의 실물 크기 판넬(일명 등신대)이 전시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선수들과 흡사한데, 그 덕에 많은 여성 팬들이 평소의 조신함을 집어던지고 판넬에게 진한 애정 표현을 하기도 했다.
한 번은 오승환의 등신대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구단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승환 본인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한 나머지 몰래 집에 가져갔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전해진다.
대구구장의 응원 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재들’이다.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시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수줍은 표정으로 “상수야∼”를 외쳐대는 모습은 진풍경이다.
마스코트 ‘블레오’(일명 사순이와 사돌이)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과도한 성형수술로 본연의 귀여운 매력을 다소 상실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블레오는 타자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3루에서 홈으로 삼단 덤블링을 하는데, 2001년 8월 17일 삼성이 4타자 연속 홈런을 칠 때, 연달아 덤블링을 하던 사순이가 4번째에는 급기야 실신 지경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단다.
최근 대구시와 삼성은 2014년까지 새 야구장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환영할 일이나, 삼성 팬들을 비롯한 야구팬의 마음속에 대구구장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곳은 팬들이 그토록 사랑한 장효조, 이만수, 김시진이 뛰던 곳이며, 이승엽이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곳이자 박충식이 혼신을 다해 181구를 던진 곳이기도 하고, 양준혁이라는 전설과 이별을 나눈 곳이기 때문이다. 때로 옛 것은 진부하고 낡은 것으로 폄하되곤 하지만 그 빛바랜 추억으로 힘을 얻어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버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