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프로야구팀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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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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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고픈 선수들 모아
1군 무대 올려보낼 것”

프로야구 키즈로 자라 서울대 공대 진학. 온라인게임의 성공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뒤 사회 환원을 위해 프로야구 팀 창단. 여기까지 들으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우상으로 삼아 커브를 익히기도 했던 김 대표는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구단주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wemakeprice.com)의 설립 투자자로 참여한 허민 나무인터넷 이사회 의장(35·사진)은 여러모로 김 대표와 닮았다. 서울대 야구부 출신으로 1999년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2005년 출시한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가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청년 재벌’ 반열에 올랐다.

야구 선수를 꿈꿨던 그는 미국 유학 중 너클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메이저리그에서 318승을 거둔 너클볼러 필 니크로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투구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그런 허 의장도 조만간 프로야구단을 창단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속하지 않는 독립 야구팀 고양 원더스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나 방출 선수 등으로 구성되는 고양 원더스는 기존 구단과는 창설 목적부터 다르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수익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이 선수들이 다시금 1군 무대를 밟도록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따라서 1군 리그가 아닌 2군 리그에만 참여한다. 경기 고양시의 협조를 얻어 8월 개장한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1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KBO 총재, 최성 고양시장과 함께 창단 협약식을 가진 허 의장은 “학교에 다닐 때나 사업을 할 때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돈이 아닌 정신이나 스토리를 통해 그간 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었다. 경쟁에서 탈락해 우리 팀에 온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다시 1군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기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뜻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그런 팀이 모델이다. 선수들을 잘 키우기 위해 김성근 전 SK 감독 같은 좋은 분을 모셔오고 싶다”고도 했다. 팀 운영비는 모두 사재로 기부할 계획이며 3년간 50억 원 정도를 내놓을 생각이다.

고양 원더스는 11월 말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 30명을 선발한 뒤 내년부터 2군 리그에 참여하게 된다. 내년은 번외 경기로 치르지만 장기적으론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 참가해 1군 선수 양성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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