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박태환 공개수업…“희망 주는 교수 되고파”

세계수영계를 호령하는 박태환(22·단국대)이 체육선생님이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생 실습 중인 박태환은 16일 오전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공개수업을 했다.

2008년 단국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박태환은 지난 5일부터 단국공고에서 1학년 5반 부담임을 맡아 4주간의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날 1학년 4반 체육 시간을 이용해 50분 동안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시간의 절반은 수영 이론, 나머지 절반은 농구 실기로 채워졌다.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미리 만든 수업 자료를 들고 체육관 강의실에 들어선 박태환은 출석 체크를 하고 바로 수영의 역사와 특성, 수영장 시설 등에 대한 이론교육을 이어갔다.

몰려든 취재진 때문인지 처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학생들은 박태환이 "카메라가 있으니까 너희 많이 다르다. 왜 말을 안 하느냐?"는 등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자 이내 수업에 녹아들었다.

특히 이론 교육 끝에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ｍ에서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딴 경기 영상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대단하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태환은 "선생님 잘하지?"라고 물으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박태환은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농구 실기 수업을 했다.

잠시 패스와 드리블 시범을 보이고 나서 학생들에게 연습을 시켰다.

이후 코트 절반을 이용한 5대5 미니게임에서 심판을 봤다.

수업 후 전현우(16) 군은 "너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존댓말 하는 친구처럼 지낸다"며 교생 박태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 군은 또 "스타 선수라는 느낌이 없다. 눈도 마주치고 등도 두드려 주는 등 친구처럼 대해주니까 나중에 선생님 되시면 아이들이 얕잡아보진 않을까 걱정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수업을 돌봐주는 체육담당 김원태(30) 교사는 "30-40명의 학생 앞에서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하더라. 스포츠 지도자나 교사를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며 예비교사 박태환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박태환은 "첫 수업 때 학생들의 반응이 없더라. '벽 보고 5분 말하기'보다 더 힘들었다"고 웃으면서 "하지만 갈수록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박태환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선생님이 얼마나 힘든지 이제 알 것같다"면서 "학생들에게 애정도 많이 생겼다. 오후 운동할 때에도 애들 생각이 나 집중이 안 된다. '학교 선생님을 계속 할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에게 이번 교생실습은 교수가 되려는 그의 목표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된듯했다.

박태환은 "처음에 부모님이 '선수 생활 후에는 교수가 되라'고 했을 때 '내가 무슨 교수야?'라는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교수라는 직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렵지만 꿈과 희망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공부를 더 해서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목표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를 해주면 열심히듣더라. 나로 말미암아 수업 자세와 태도가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다"면서 "집에서 학교가 가까워 교생실습이 끝나도 가끔 찾아와서 격려도 하고 힘이될 수 있게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세계정상에 도전할 박태환은 오전에는 교생실습을 하고 오후에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날도 공개수업 후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든 뒤 태릉선수촌으로 이동했다.

박태환은 교생 실습을 마치고 다음달 2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건너가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