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본 최동원,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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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19시 48분


"어이! 덩치 큰 친구. 공 좋은데."(최동원)
"감사합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류현진)
"별거 없어. 신인답게 겁 없이 던지면 돼."(최)

2006년 한화 투수 코치였던 최동원은 프로 초년생 류현진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기술보다 마운드에 섰을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15일 청주구장에서 만난 류현진은 그런 최동원을 "잊을 수 없는 영웅"이라고 했다. "상대 타자가 누구든 꼭 이긴다는 파이터 정신을 가져야 한다. 도망가는 투구는 해선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의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거였다.

류현진과 최동원의 만남은 짧았다. 류현진이 '괴물'로 진화하는 와중에 최동원은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대선배는 가끔 후배를 만날 때마다 "몸 상태는 어떠냐. 건강 잘 챙기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류현진은 그런 최 전 감독의 갑작스런 사망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시즌 중이라 빈소를 찾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나마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선배님의 현역 시절 동영상을 보면 대단한 파워 피처였어요. 묵직한 직구와 폭포수 같은 변화구는 일품이었죠. 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 투수였는데 너무 일찍 가셨어요."

최동원이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였다면 류현진은 현역 최고의 왼손 투수다. 2006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승리를 챙겼다. 16일 현재 9승 7패로 6년 연속 두 자리 승리에 1승만 남겨둔 상태. 6년 연속 두 자리 승리를 챙긴 투수는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5명뿐이다. 삼성 김시진(1983~88년), 해태 선동열(1986~91년)과 이강철(1989~98년), 한화 정민철(1992~99년), 두산 리오스(2002~2007년)에 이어 류현진이 현역으로는 유일하게 도전하고 있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고단했다. 왼쪽 근육 부상 때문에 공백이 길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적게(111이닝) 공을 던졌다. 지난 5년간 961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그러나 그는 "두 자리 승리는 꼭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리 승리를 거둬 프로 통산 100승을 거두는 게 목표다.

그는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힘이 좋고 일본은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죠. 가능하다면 모두 도전해보고 싶어요. 단 내년에 한화를 가을잔치(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게 우선이죠."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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