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발표한 1963년부터 2010년까지 사망자들에 대한 직업 분류 결과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김종인 교수팀이 48년간 언론에 난 3215명의 부음기사와 통계청의 사망통계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내 11개 직업군 별 평균 수명을 비교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종교인은 평균수명이 80세로 단연 1위였다.
그 다음은 정치인(75세)이었고, 교수(74세), 기업인(73세) 순이었다.
반면 항상 즐겁게 사는 듯이 보이는 연예인(70세)은 하위권이었고, 뜻밖에도 체육인은 작가 언론인과 동률(67세)로 최하위권이었다.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몸을 갖고 있는 체육인들의 수명이 이렇게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인 교수팀은 종교인이 장수하는 이유를 신체적으로 규칙적인 활동과 정신 수양을 하며 가족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고 과욕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 같은 정치인의 평균 수명이 긴 것에 대해서는 두둑한 배짱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분석이 대충 맞는 것 같다. 기도와 수양을 통해 영적 생활을 하는 종교인들을 만나 보면 평온함을 느꼈고, 정치인들에게서는 특유의 느긋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시즌 중에 만난 선수나 감독, 코치 등 체육인들의 얼굴에서는 느긋함이라든지 평온함을 찾기가 좀처럼 힘들다.
특히 시즌 중 거의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그 긴장감이 어느 종목 관계자들보다 더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야구계의 두 '큰 별'이 최근 잇달아 떨어졌다.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던 장효조 삼성 2군 감독과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코치가 며칠 사이에 연달아 별세를 했다.
이 두 야구 스타가 운명을 달리한 원인은 암. 장효조 감독은 간암이, 최동원 코치는 직장암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서울'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현재 야구계에는 이런저런 병마와 싸우는 이들이 많고 대부분의 원인이 1년 내내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압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 프로야구의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역시절 사랑을 받던 스타플레이어들은 은퇴 후 한순간에 관심이 사라지면 초라함을 느끼고, 우울증이 찾아오는 등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142년 역사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역 선수들 뿐 만아니라 은퇴한 야구인들에 대한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관중 600만 돌파를 이룬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이런 메이저리그의 세밀한 관리법까지도 배워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댓글 0